‘건강이 최고의 행복’이란 말을 많이 듣지만 건강할 때는 이 말의 참뜻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아주 오래 전 일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남편은 학업을 계속하기로 작정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병인 위궤양 수술을 자청했다. 남편이 수술을 받는 동안 나는 혼자서 대기실에서 수술이 잘되기를 기도하며 기다렸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깥 날씨가 조금이라도 흐려지면 잔뜩 긴장하고 두려움에 쌓였다. 조금 있다 날씨가 다시 개어지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위로가 됐다. 마침내 수술은 끝났으나 수술한 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입에 위로 통하는 튜브를 꽂아 두었다. 식음은 고사하고 움직이는 것도 고통스러워 환자본인은 물론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일주일만에 튜브가 빠지고 몇 모금의 수프를 마실 수 있었다. 남편은 생사의 경지를 벗어나 처음으로 수프를 마실 수 있다는 기쁨과 고마움에 정말 행복해했다. 그때 본 그의 행복한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후 생활은 순조롭고 편안한 나날이었다. 열심히 살며 보상받은 행복의 날들이었다.
모든 어려움을 잊고 한참을 잘살다 얼마 전 또 하나의 어려움에 부닥쳤다. 갑자기 남편이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고 끝내는 심장수술을 받아야 했다. 행복했던 가족은 또 한번의 낭떠러지에 다다랐다. 기도를 계속하면서 며칠 밤낮을 중환자 실에서 남편을 지켰다. 생사를 헤매는 남편을 바라보기란 정말 힘들고 괴로운 경험이었다.
위험한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자기병실에 옮겨졌을 때 비로소 나는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누웠다. 병실 소파에서 쪼그리고 자면서도 긴장한 탓인지 조금도 피로하지 않더니 집에 돌아와 자기침대에 누우니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자기 침대에 누워 잠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고 행복한 것인 줄 새삼 느꼈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다. 그 내용과 시기가 다를 뿐, 우리는 행복한 날들이 어려운 날들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고 산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일상생활은 그것을 누릴 수 없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된다. 나는 때때로 병원에서 돌아와 내 침대에서 잠잘 수 있었을 때의 행복감, 수술후 한 모금의 수프를 마시고 행복해하던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도 하루의 무사함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살아간다.
김성자/뉴올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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