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서 대파란
메이저대회 첫 출전 우승
최경주 22위·허석호 28위
‘무명의 반란’을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로열 세인트조지스의 18번 홀에서 우승컵 ‘클라렛 저그’를 치켜든 임자는 한국의 허석호가 아닌 미국의 무명 벤 커티스였다.
20일 열린 제132회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커티스는 2언더파를 쳐 최종 합계 1언더파 283타로 대회 유일의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메이저 대회 첫 출전에서 우승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상금은 111만달러. 신인이 첫 메이저대회 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13년 US오픈 우승자 프란시스 위밋 이후 무려 90년만의 기록이다.
오하이오주 아마추어 챔피언 출신인 커티스는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데뷔한 뒤 프로 무대에서 우승은커녕 탑10에도 오른 적이 없는 철저한 무명. 그러나 2주전 웨스턴 오픈에서 생애 최고 성적인 13위에 오른 덕분에 출전권을 딴 이번 대회에서의 깜짝 우승으로 무명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시상식장에서 팬들에게 우승 소감을 말하며 가족과 결혼을 한 달 앞둔 약혼자에게 감사를 전하는 대목에서 감격에 눈물을 보일 만도 했다.
이날 커티스의 깜짝 우승에는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덴마크의 토마스 비욘과 타이거 우즈, 비제이 싱, 데이비스 러브 3세 등 세계 정상급 강호들의 막판 부진이 한몫을 했다. 특히 4라운드 한때 3타차 선두를 질주하던 비욘의 막판 추락은 4년전 이 대회에서 장 반 데 벨드가 3타차로 앞서다 18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면서 우승을 놓친 악몽의 재판이었다.
이날 15번홀까지 2타차 선두였던 비욘은 파3의 16번홀에서 티샷을 그린 오른쪽 항아리 벙커에 빠트리며 운명이 갈렸다. 비욘은 짧은 벙커샷이 두 번이나 다시 제자리로 굴러 내려오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결국 더블 보기를 하더니 17번홀에서는 보기를 범해 이븐으로 주저앉았고 이 순간 커티스는 18번홀에서 8피트짜리 까다로운 파펏을 성공시키며 1언더파를 지켜냈다. 이밖에 이븐파로 마감한 싱이 비욘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고 3년만에 정상탈환을 노린 우즈는 합계 1오버파로 러브 3세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한편 최경주는 이날 처음으로 언더파 스코어(70타)를 내면서 합계 7오버파 291타로 공동22위에 올라 한국 골프선수들의 47년 브리티시오픈 도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사흘내내 선두권을 지키며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는 이날 하루에만 6타를 잃어 최종합계 8오버파 292타가 되면서 최경주보다 뒤진 공동28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허석호는 이번 대회 선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올해 PGA투어 도전을 앞두고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김종하 기자> chris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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