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인간 능력의 평가를 절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 작품은 50여 년 전에 발표됐지만 능력 평가기준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것 없이 수입과 직결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일즈맨인 윌리 로먼은 30여 년 동안 영업사원을 했다. 그리고 얻은 것은 막 월부금을 끝내고 난 자신의 소유가 된 집 한 채 뿐이었다. 그는 자기 집 장만에 평생을 바친 셈이다. 그 때 60세가 넘은 윌리는 영업직에서 급료는 적지만 본사의 사무직을 원했다. 사장은 거절하며 직장을 그만 두라고 한다.
이 때 사장과 윌리가 나눈 대화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윌리가 사장 하워드에게 사무직을 원했을 때 하워드는 “돌맹이에서 피를 뽑을 수는 없다”고 간단히 말한다. 이에 윌리는 “오렌지처럼 알맹이는 빼먹고 껍질만 던져 버릴 수는 없어. 사람은 과일이 아니야”로 소리친다. 그리고 직장을 쫓겨난다.
아서 밀러는 이 작품 속에서 윌리를 자살로 몰아간 것은 직장을 잃은 슬픔과 자신의 능력한계에 좌절한 데 원인을 둔다. 하지만 정작 30이 넘도록 제대로 직장하나 구하지 못해 건달들이 돼 버린 윌리의 두 아들들마저 아버지를 능력을 제대로 못 갖춘 ‘미친 사람’으로 본다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윌리는 결국 가족들에게마저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 소외된 채 실의와 좌절 속에서 방황하다 자살을 택한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세일즈맨의 죽음을 발표한 아서 밀러는 이 작품으로 토니상,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최고의 극작가가 된다. 그리고 세계의 남성들이 흠모하던 당대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두 번씩이나 결혼하는 행운을 갖는다. 힘없고 돈 없는 세일즈맨의 자살을 그려 명예와 돈과 여자를 덤으로 선물 받은 아서 밀러의 생은 세일즈맨의 삶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서 밀러는 이 작품 속에서 세일즈맨이 팔고 다닌 물건을 밝히지 않았다. 독자들로부터 그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일즈맨은 “자기 자신을 팔러 다닌 사람”이라고 밝힌다.
누구나 다 자신의 한계 능력과 한계 영역은 있다. 이것은 타고날 때 이미 정해져 나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타고난 환경이 아무리 어렵고 자신의 현재 처한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 해도 좌절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삶의 능력과 영역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주부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세 자녀와 동반 자살하는 등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역경과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죄다.
하루 한 끼를 먹는 가난이 닥쳐와도, 입을 옷이 한 벌밖에 없는 가난이 닥쳐와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삶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살아야만 한다. 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게 돼있다. 문제는 자신이다.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는데 문제는 있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 자신의 한계 능력이 고것 밖에 안되어도 자신은 자신이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삶의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의 잣대가 모두 돈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잣대가 모두 수입으로만 결정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용기와 희망, 그리고 세상 살아감 자체를 아름답게 볼 때 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죽은 과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명욱/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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