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에 따라 생활에 필요한 단위를 쓰는 습관이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상품 세일광고를 하는데 10~20%를 할인한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홍콩이나 중국에 가면 이를 9절(折)또는 8절이라 광고하는데 우리 식으로는 9할 또는 8할 값에 판다는 뜻이지 9할이나 8할을 깎아준다는 뜻이 아니다. 즉 표현 방법이 전혀 반대다.
70년대 초에 영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당시 쓰고 있던 구식 화폐 단위 때문에 여간 고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1파운드는16실링이고 1실링은 20페니였다. 택시를 탈적마다 거스름을 맞추어 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늘 큰돈을 주고 운전사가 거슬러 주는 대로 받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10진법 단위로 화폐 개혁을 했기 망정이지 외국인들에게는 악몽 같은 화폐단위였다. 그 뒤 단위가 10진법으로 바뀌어 훨씬 편리해졌을 것 같은데도 들리는 말로는 새 화폐단위를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니 오래 젖은 관습을 고치기는 항상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까지 식품의 매매는 근(斤)이나 관(貫)이 단위였고 신발의 크기는 문수로 말해 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 모든 도량형 단위를 미터법으로 통일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한때 구식 영국식 단위를 쓰고 있는 미국도 미터법과 십진법으로 단위를 통일하기 위하여 10년 동안의 시험기간을 둔 다음에 이를 실시하기로 했었다. 십 년 기간 동안에 새로운 도량형 단위에 익숙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이 미터법으로 모든 제도를 공식적으로 변경해도 별 혼동이 없으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그 십 년 동안에 새로 실시하게 될 미터법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지만 몇 백년을 이어온 뿌리깊은 관습은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이 계획을 세운 캐나다는 이를 전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전히 성공하여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도 이제 모든 무게는 그램 단위로, 그리고 신발이나 옷의 사이즈도 센티미터 기준으로 바뀌어 실시하고 있다. 선진 미터법을 쓰는 한국에서 후진국 미국에 이민 온 우리한인들도 오히려 이 구닥다리 도량형법을 몰라서 불편을 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구식이라고 원망을 하고만 있어봤자 불편을 겪는 피해자는 우리다. 이 도량형 제도가 구식이냐 신식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에 와서 살기로 한 이상 이 단위를 익혀서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법원에 증인으로 나온 한인들이 이런 수치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한국식 미터법으로 밖에 대답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이를 알아듣지 못해서 자주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아 왔다.
70kg 몸무게는 대충 155파운드이고 170cm의 키는 5피트8인치 정도이며 섭씨 20도의 안락한 온도는 화씨 70도 정도라는 식으로 우리 생활에서 필요한 수치정도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미국인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중돈/퀸즈 형사 법원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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