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사러 가야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지가 벌써 일년이 가까이된다. 다른 물건은 누군가가 사다줄 수 있지만 신발만은 부탁할 수가 없다. 내가 신어보고 사야 된다. 샤핑 가기를 싫어하는 내 성격에다 항상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직도 헌 신발들을 그냥 신고 다닌다.
“너무도 유행에 뒤떨어지고 낡기도 했으니 어떤 신발을 사야 할까” 하고 지나다니는 길가의 신발가게 쇼윈도우도 들여다보고 이들이 어떤 신발을 신고 다니나 하고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신발에 많은 변화가 왔음을 보고 새삼 놀라게 된다. 물론 옷에 유행이 있듯이 신발에 유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유행을 넘어서 예술품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쓰이는 재료가 다양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디자인들이 가지각색으로 만들어져 있음에 내가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져있음을 느낀다.
필리핀의 전 대통령 마르코스 부인 이멜다가 수 백 개의 신발을 가졌었다는 사실이 신발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는 하지만 최근의 신발은 예술품에 가깝다. 온통 그림을 그려 넣은 신발이 있는가 하면 피노키오의 코처럼 신발 코가 발 크기의 반만이나 뾰족이 나온 신발, 운동화를 보아도 공상만화에서 우주 밖의 사람들이 입는 의상과 걸맞는 색과 디자인의 신발 등등. 그리고 만든 재료도 가죽, 헝겊, 나무, 고무 정도가 아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색과 디자인 면에서도 자연산만이 아닌 재료들이 가능해짐에 따라 종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음을 알았고 그 중에는 변형된 일본 게다가 많이 눈에 띠였다. 중국의 신발도 한때는 심심찮게 눈을 끌었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신발은 다 어디로 갔을까. 둘째 발가락이 유난히 긴 내 발가락에 한국신발은 아주 편하다. 약간의 멋을 가미해서 만든 옛 한국 여인들의 신발이 미국시장에 나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왜 우리들은 옛 신발을 버리게 되었을까. 물론 한복을 입고 한국 신을 신는 것이 제격이기에 한복을 입지 않고 양복을 입기 시작하면서부터 신발도 구두나 운동화로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같이 만드는 재료가 다양하다 보면 한국신발도 이제는 아주 멋있는 신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옛말에 ‘헌 신짝 버리듯이 버린’우리 복식문화를 되찾고 싶다는 그리움이 부쩍 생긴다.
오늘도 펜 스테이션에서 내 사무실까지 세 블럭을 걸어오는 사이에 변형된 디자인의 게다를 신은 19명 여인들의 발을 세게 되었다. 또 며칠 전 주말에는 놀라운 우리 손녀의 신발도 언뜻 보았을 때는 샌들인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일본신발 게다를 변형시켜 만든 신발이었고 어제는 우리 사무실의 일곱 여자 중 세 명이 변형된 게다를 신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신발이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여름이니 발가락 10개를 다 내놓은 그런 신발을 많이 신겠지만 그보다는 일본인들의 자기 나라 풍속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끈질긴 노력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도 우리 것, 옛것을 아끼는 마음 더욱 기르는 세찬 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숙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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