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을 보면 소처럼 한심한 동물은 없다. 제 몸집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사자가 달려들어도 수 백 마리의 소 떼는 천지를 진동시키며 도망친다. 도망치지 말고 힘을 모아 그 뾰족한 수백의 뿔로 일제히 사자를 공격하면 어떨까.
일제 하에서 일인들이 조선 민족을 소처럼 유순한 백성이라고 평하였다. 주권을 빼앗기고 차별과 멸시와 수탈을 당하여도 반항 할 줄 모르고 소처럼 묵묵히 순종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지금도 휴전선 북쪽에 있는 우리 동족도 소수의 독재집단 압제 하에서 죄 없이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고 또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으면서도 유순한 소처럼 묵묵히 순종하며 살고 있다.
이 두 경우는 코가 꿰인 소처럼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죽으니까 할 수 없이 순종하는 것이라 치더라도 코가 꿰지 않았는데도 반항 없이 순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우리 국민은 본질적으로 소의 성격을 타고난 모양이다.
소위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쿠데타로 군인이 집권하여도 근 20년 간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지냈으며 그 주모자는 이날까지 수 십 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정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도록 놔두기도 했다. 아니 도리어 군사독재시절에 향수를 느끼며 기념관을 만들자는 얼빠진 국민도 있다. 고삐를 쥔 사람이 어제까지의 적에게 돈과 물자를 퍼다주고 온 집안과 측근들이 헤아릴 수 없는 부정을 저질러도 아무 말 없이 따라가기만 한다.
오래 전 일이지만 일본정계의 대부 다나까 수상은 록히드로부터 불과 5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받은 죄로 수상 직은 물론 정계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했다. 요새 미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가 우라늄을 아프리카로부터 구입하려 했다는 미확인 정보를 CIA로부터 받아 연설문에 넣었다는 사소한 일로 여론이 뒤끓고 있다.
정치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장담하던 새 정부도 수백 억의 부정선거자금이 들통났지만 보나마나 유순한 소 같은 백성이니 별탈 없이 유야 무야로 넘어 갈 것이다. 부정과 부조리와 배신으로 일관한 전 대통령을 이제 편히 쉬게 하자는 선량하고 관용이 넘치는 한국 국민이다. 하늘이 반드시 이 국민과 같이하리라.
김정철/웨스트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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