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미국과 한국 정부의 작태를 보면서 무엇인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이 “전쟁 끝”을 선언한 것이 벌써 세 달 전이건만 불쌍한 미군들은 아직도 이라크에서 계속 죽어가고 있다. 소수의 군인들로 짧은 기일 내에 이라크를 재건하고 민주화시키겠다고 호언하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병력 수를 증가시켜 줄 것을 국회와 의논하고 있다.
투자를 조장하고 수백만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장담하며 부시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통과시킨 부유층에 대한 감세가 이루어진 후 일자리의 수는 증가하기는커녕 약 200만이 줄어들었다. 내년까지는 흑자로 돌리겠다고 하던 정부 예산은 올해에 4,500억달러, 내년에는 4,700억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국은 어떠한가. 단돈 한푼 이북에 건네 준 일이 없었다고 펄펄 뛰던 박지원 비서실장은 “떨어지는 꽃잎이 바람을 탓하랴”며 감옥에 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나 들어 보았음 직한 통치행위 운운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화 걸 재벌도 없으니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아줄 것을 호소하는 노무현 후보의 연설에 감동한 젊은이들이 연단 위로 돼지 저금통을 던지곤 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자기가 받은 돈 때문에 궁지에 몰린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물귀신처럼 죽어도 같이 죽자는 식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재계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이 민주당 대선 자금으로 넘어간 것이 드러났다.
물귀신의 공격에는 물귀신 작전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지 노무현 대통령은 소위 동시 고해성사를 통하여 여야 양쪽의 대선 자금 출처를 다 같이 밝히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더 우스운 것은 이에 대해 안색이 파랗게 질려 야당의 정치자금을 봉쇄하려는 술수라고 심각하게 반응하는 한나라당이다. 알려지면 무척이나 곤란한 돈을 많이도 받았던 모양이다.
정치인들이 돈을 가지고 입에 침이 튀게 싸우는 동안 경찰은 두 명의 대학생을 이적행위의 혐의로 체포하였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체포 이유 중에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이적 표현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지적되어 있다. 지금 대통령의 이름이 박정희나 전두환이 아닌 것이 맞나. 자본론은 일반 서점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교 세미나의 교재로 사용되는 고전 경제학 서적이 아닌가. 아니면 그 책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가졌을 때만 감옥에 가게 되는 괴상한 책인가.
축축 늘어지고 녹아나는 시계들이 나뭇가지에 걸쳐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우리의 눈에 보이는 이러한 현상들이 현실의 그림이기는 하나 무엇인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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