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산지 28년 됐다. 미 시민권을 땄지만 이는 이 나라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한 것이지 대한민국의 국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나뿐 아니라 이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많이 본다. 기회가 온다면 한국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사람도 많다.
왜 미 시민권을 소유하면 한국 국적이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포기되어야 하는가. 국민의 기본의무를 다했는데도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갖는 순간부터 한국의 참정권이 없어지고 제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 타국에서 살다가 고향을 찾아가는데 외국사람들에게 적용하는 비자를 왜 받아야 하는가.
이스라엘이나 멕시코 등 많은 나라들이 이중국적을 허락하는데 왜 한국은 해외 동포를 외면하는가. 나는 월남에 파병됐을 때 대통령 투표를 했다. 비록 한국에 있지 않지만 그 당시 박정희 대통령선거 때 선거구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이나 부재자 투표 제도조차도 없다. 다른 것은 발전했는데 선거제도만은 오히려 퇴보되어 있다.
이중국적을 갖고 사는 나라중 대부분은 해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준다. 이스라엘이 그렇고 태국과 필리핀이 그렇다. 그들은 편의상 미국의 시민권을 갖고 살면서 고국의 참정권도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재미 한인들의 참정권을 위해 속히 해외 동포법을 개정해야 한다. 미주 한인들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하는 것은 국익과 민족의 이익에도 좋다. 김영삼 대통령은 인구비례로 볼 때 LA지역 50만 한인을 위해 국회의원 한명 정도는 할애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이중국적을 언급했고 재임 시 재미교포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5월 미국 방문 때 이중국적을 언급하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화려한 말 잔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다할 구체적 대책 마련이 없다. 한국 법무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해 본다.
세계는 이중국적을 허락하는 나라가 40여개 국이 넘는다. 이런 국가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을 아시아 지도층의 목회자들과 대화를 통해서 느낀다.
성서에도 이중국적은 흔한 일이었다. 구약시대의 요셉, 모세, 다니엘, 느헤미야 등등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고 신약의 사도들도 로마 시민권을 갖고 고국인 이스라엘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사도 바울은 유대인이면서 로마 시민권자로 선교사역에 큰 업적을 쌓았다. 그가 만일 로마 시민권이 없었다면 폭넓은 활동은 못했을 것이다. 현재도 선교사역을 위해서 미시민권을 소유한다면 제3세계에서 부당한 대우는 받지 않는다. 속히 대한민국이 다른 선진국처럼 이중국적뿐 아니라 재미 동포들에게도 고국의 참정권과 피선거권을 허락하는 포용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한편 미주 한인들은 해외 동포법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권리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오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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