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의 한 후미진 거리 허스트 애비뉴에서 커피와 막 구워낸 도넛 그리고 웃음 가득 찬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우연히 버클리에서 불법 노동자들에게 일주일에 삼일 아침을 나누어주는 ‘만나 공동체’의 목사, 전도사와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가 자신을 선택해서 일거리를 주기를 바라는 맑고 순수한 눈동자의 히스패닉들의 모습이 거리 곳곳에 보인다. 그들과 함께 목사가 그 나라말로 인사와 기도를 나누고 나면 아침 식사가 시작되고 주위에 있던 무숙자들도 함께 한다.
순수한 눈빛을 가졌지만 밝은 웃음 너머엔 쌓인 피로로 얼굴이 푸석푸석해 보인다. 나와 대화를 나누던 수줍음 많은 한 소년의 입술은 고단함과 영양부족으로 까맣게 타 들어가고 터져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그 모습은 내게 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느끼게 해주었고 오랫동안 내 안에서 나를 붙잡았다.
이들은 힘들게 벌어서 한푼이라도 아껴 식구들을 위해 모은 돈을 집에 부친다. 우리 한국인처럼 자존심이 강해서 처음에는 도넛과 커피를 먹으러 쉽게 오지 않다가, 이제는 두 분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신뢰하게 되었고 가까이 와서 인사도 나누고, 스패니시를 한 두 마디씩 가르쳐 주는 따스한 성격의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아침은 내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신앙인이라고 자처하고 살면서도 얼마나 난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지를 또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아무도 차별하지 않고 친구가 되는 아침식사에서 예수가 지금도 살아 계시고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들에게 커피를 따라 주고 웃음과 짧은 아침인사 몇 마디를 건넬 뿐이지만 오히려 그들은 내게 많은 것을 거저 준 것 같다. 내 일상에서 잠시 눈을 바깥으로 돌려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의 손길과 관심이 필요하고 나와 관계 맺고 싶어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들에게 나누어줄 아침을 마련하는 목사와 전도사의 기쁨과 확신에 찬 모습에서 나는 나눔이란 무엇보다도 이웃을 향한 진정한 사랑에서 먼저 출발하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 들처럼 헌신적인 봉사의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일상의 시간 안에서 기도와 봉사, 가진 것을 나눔으로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바쁜 삶 안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작은 마음을 쓰는 삶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만 사는 삶보다 얼마나 더 풍요롭게 나를 사람답게 느끼게 해주는 일인지도 이 경험을 통해 다시 느껴 보았다.
김혜선/샌프란시스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