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아침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인의 아내가 쟁반에 삶은 고구마 몇 개를 담아들고 들어왔다. 남편은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내가 자꾸 권하는 바람에 한 개를 먹고 두 개째 집어들게 됐다. 출근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이제 나가봐야겠소. 밥상을 들여요”라고 재촉하자 아내는 비로소“이 고구마가 우리 아침밥이어요”라고 말한다. 그 제서야 쌀이 떨어진 것을 깨닫고 무안해 하다 남편이 화를 내자 아내는 잔잔히 미소 지으면서 대답한다. “저의 작은아버지가 장관이셔요. 어디를 가면 쌀 한 가마가 없겠어요? 하지만 긴긴 인생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얘깃거리가 되잖아요.”
수필가 김소운의‘가난한 행복’이란 수필에 있는 세상의 가난한 부부의 얘기중 한 토막이다.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남편을 존경하며 깨끗하고 욕심 없는 넉넉한 마음으로, 없지만 당당하도록 용기를 주는 아내의 지혜와 인내와 헌신으로 비굴하지 않고 바르게 꾸려 가는 규모 있는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해 주며 우리에게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며칠 전 일어난 한인 한 쌍의 끔찍한 분신자살 소동의 원인은 동거하는 여자가 남자의 무능을 불평했 고 남자는 여자의 외도를 의심해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또 같은 날짜 본국에선 “죽기 싫어요, 살려줘요!”라고 애원하는 자기의 세 자녀를 아파트에서 던지고 자신도 자살한 30대 여성의 소식과 함께 생활고를 비관한 중산층의 가족동반 자살이 증가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 줄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인내하면서 성실히 극복해 나가노라면 반드시 형편이 펴질 날이 올 터인데, 그것도 자식이 자기의 소유물이란 착각에서 온 물질중시, 생명경시 풍조에 충격을 금할 길 없다.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윤락행위를 하는 주부들 얘기도 들리는가 하면 자식이 진 빛 때문에 유서를 써놓고 죽는 부모들도 있고 명품구매와 성형수술 비용으로 써버린 5,000만원 카드 빚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빛만 갚아 준다면 자식이 있건 아무라도 상관없다는 대졸 전문직을 가진 미모의 여성 소식도 들린다.
그런가하면 전직 대통령의 한 아들은 뇌물로 받은 수십 억 원을 베란다에 숨겨놓고 세탁을 해가며 물 쓰듯 써대다 지금 감옥에 가 있고 그 아버지는 물러나서도 새로 지은 저택에 살고 있다. 대통령의 월급을 생각해 본다면 그 돈의 출처는 자명한 일일진대 꼭 그래야 하는가?
가장이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서고, 가장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청렴하고 지조 있는 남자 뒤에는 언제나 절제하며 희생하고 헌신하는 지혜로운 아내가 있었다는 걸 조국의 모든 공무원, 지도자들의 아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남편들이 무조건 개혁을 부르짖더라도 아내들은 ‘깨어있어야’한다. 진정한 개혁은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조광렬/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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