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그들의 가치관과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을 때, 큰 아이는 한국에서, 둘째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둘째가 나는 미국인이라고 말할 때, 한국처럼 과외와 학원, 특기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할 때, 아이들이 마약이나 비사회적인 일탈행위를 걱정하기 시작할 때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느낀다.
관공서를 방문하여 기다리고 기다려야만 일을 처리할 수 있음을 알 때, 병원 예약과 치료에 대해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었을 때, 소형차에서 실내가 한층 넓어진 중형차로 운전을 할 때, 본인과 가족 구성원의 건강보험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때, 편안한 안식처가 될 거주지 를 장만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보며 주말을 보내고 있을 때 미국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됐음을 느 낀다.
영어로 의사소통과 대화가 됨을 알 때, 골프란 운동의 묘미에 취하여 매일 주말 날씨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을 때, 노후를 걱정하기 시작하여 은퇴연금에 관심이 생겼을 때, 신문의 스포츠 섹션보다도 비즈니스 면을 먼저 읽기 시작했을 때, 주요 일간지보다도 한국 신문을 구독하고 더 자주 자세히 읽고 있는 우리의 어른들을 보고 있을 때, 세탁소, 청소, 노동 등 다양한 일에 종사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볼 때, 불법 체류자들의 끝이 없는 사연을 들을 때, 한인이면서도 마치 본인은 한인이 아닌 것처럼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이민생활의 애환을 느낀다. 이외에도 더 다양하고 가슴 아프며 한과 애틋한 사연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다.
위에 열거한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체험되고 느끼는 현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우리가 이곳에 거주하게 되면서 하나, 둘씩 경험하며 느꼈을 때 어느 날 어느 사이 미국생활이 10년이나 되었구나 하는 시간을 맞게 된다.
10년 동안의 생활은 수많은 고민과 좌절, 불행의 점철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항상 어렵고 힘든 시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복의 시간과 기쁨의 찰나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힘들고, 어렵고, 불행했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실과 현상들은 어느 한 순간의 깨달음으로 오는 것이 아니고 생활해 나가는 하루하루의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과 사고에 숙지하게 된다.
그러기에 여러 가지의 복잡 다단하다 일들이 한꺼번에 우리에게 닥친다면, 그것의 경중과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나와 더불어 가족 더 크게는 우리의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결정들을 해야 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결국 그 바탕은 우리가 현재의 혹은 미래의 자손들에게 솔선 수범하는 자세로부터 나오고, 주말에 아이들을 동반하여 동네 공원에서 휴지를 줍는 아주 자그마한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오장하
새크라멘토 시티칼리지 체육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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