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남기고 가다’- 이것은 7월29일자 한국일보 밥 호프 사망 기사의 제목이다. 8월 4일자 신문기사의 제목은 ‘정몽헌 회장 현대 계동사옥서 투신자살’이라는 것이었다.
한사람은 일백년을 살고 가면서 웃음을 남기고 갔고, 한사람은 56년을 살고 가면서 시비거리와 의혹을 남겼다.
그런데 그들이 갖고 간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죽음의 여행 가방속에 무엇을 담고 갔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다. 밥 호프는 생전에 많은 재담과 재치와 웃음, 그리고 선행을 남겼다. 사람들은 그의 입술을 떠난 그 많은 재담과 재치를 즐기며 웃고 행하는 선행을 보면서 그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냈다. 그것들은 그때그때 가감 없이 그의 가방 속에 차곡차곡 쌓여졌으며 어느날 갑자기 그는 가방을 들고 죽음의 긴 여행을 떠 났다.
정회장은 생전에 많은 재물을 행사했다. 천문학적인 돈들이 공과사를 위해 쓰여졌지만 정작 그가 그 대가로 받은 것은 시비와 의혹뿐이었다. 그 시비는 차곡차곡 그의 여행 가방 속에 쌓여갔으며 그 가방 속 시빗거리의 무게에 못이겨 그는 일찍 긴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의 삶도 그들과 다를것이 없다. 우리도 남기는 것이 있고 가방 속에 채워서 가져갈 것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 그 가방 속 내용물이 다를 뿐이다.
날이면 날마다 살아가는 우리삶의 발자취가 그대로 이 세상에 남겨지며 가방 속에는 가져갈것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다. 문제는 가져갈 것을 따로 정리하여 간추려 보관할 수 없고 남기고 갈 것을 간추려 남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그 삶이 세상에 기여한대로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가감 없이 남는 것이며 기여하고 받은 대가는 가감 없이 가방 속에 차곡차곡 쌓여진다.
존경을 받는자는 존경이, 사랑을 받는 자는 사랑이, 시비를 받는 자는 시빗거리가 고스란히 가방 속에 담겨진다.
지금 이순간 살아가는 이 삶이 세상으로부터 또는 친구로부터 내 가족 친지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고 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하겠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갖고 가는 여행 가방 속에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것은 하나도 없이 가볍고 좋은 것만 가득 채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제봉주/아케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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