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개선운동을 한다는 독일인 의사와 재미한인 목사는 22일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을 이끌고 강원도 철원에서 700여 개의 라디오를 담은 풍선 20여 개를 북한으로 띄어 보내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들은 이틀 후인 24일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서 북한인권개선과 김정일 타도를 외치는 집회를 하다가 북한기자들과 충돌했다.
북한의 인권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라디오 몇백 개, 아니 몇천 개를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뛰어 보낸다고 북한주민의 인권이 나아지겠는가?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다. 왜? 북한당국에 의한 주민의 단속이 더욱 심해질 터이니까.
부시정권이 들어서서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유독 강조하는 것은 결코 북한주민의 인권 그 자체를 가정해서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을 내부 파열이나 필요하다면 전쟁으로라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그래서 북 핵 문제와 관련, 여러 나라들을 충동하여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그런 목적으로 미국이 걸고넘어지는 시빗거리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미 상원은 이미 중국에 있는 탈북자 30만 명을 미국에 정착시키는 법안을 가결한바 있다. 콜린파월 국무장관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으로”몇천 명의 북한주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명했다. 인권문제는 북한주민들의 탈출을 유도하여 북한을 압박한다는 미국의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임을 솔직히 인정한 발언이다.
미국의 신 보수세력은 민간단체나 종교단체들을 이용해 공화당정부의 이러한 대북 압박정책을 적극 돕고 있다. 미주동포들 중에도 최근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그 체제 자체의 속성 탓도 있지만 반세기동안 끊임없이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위협의 산물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나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커지면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게 마련이다. 미국도 9.11 테러사건 이후 국민의 자유를 많이 제약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남북이 화해하고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외세의 장단에 맞추어 북한을 몰아붙이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할 뿐, 인권개선에는 아무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런 방법으로 설령 북한체제가 붕괴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는 유혈과 파멸을 초래할 따름이다. 미국인들이나 외국인들은 어차피 남들이니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북한 주민들과 한 피를 나눈 재미동포들이 이런 일에 동조한다는 것은 지각없는 일이다.
이활웅/그라나다 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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