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다. 80% 이상의 지지율이 그 절반으로 하락하는 것을 보면서 40년 전 4.19 직후의 기억이 떠올려지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그 많은 유사점을 떠올리는 것은 지금의 매우 긴장되는, 그리고 온 국민이 건전한 판단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불어온 자유의 물결, 데모로 날이 새고 지는 하루하루, 대안 없이 너도나도 외쳐대는 비판의 소리들, 군사 쿠데타를 예견하며 한숨짓던 뜻 있는 소수에게는 나라의 앞날이 스크린처럼 명확하게 나타나기에 그 초조함이 극에 달했던 1960년이었다.
당시 학생운동의 지도부였던 나는 더 이상의 혼란은 민주화 일정에 역효과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설득하여 서대문 로터리 등지에서 청소와 교통정리를 자임하여 이를 보는 시민들에게 감동을 심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4.19 정신은 특정 당파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독립 쟁취라는 한 뜻으로 응집시켰던 3.1정신을 계승하는 것이었기에 민주화라는 대의를 위해 작은 이익과 주장을 절제하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통제력 상실과 분출되기 시작한 욕구를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자신감을 얻은 젊은이들과 시민들 그리고 언론의 폭발적 자유를 경험하면서 비판의 절제를 상실한 언론들은 장면 정부의 민주화 실험을 지켜볼 인내심을 갖고 있지 못했다.
서구의 민주주의가 몇 세기를 투쟁하여 이루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1961년 5월 군인들이 나섰고 그 후로 종 아닌 종, 자유 아닌 자유 속에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모든 분야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정부도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의 일을 되새기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불필요한 논쟁, 대북 협력을 놓고 벌이는 남남갈등, 비생산적인 지역갈등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학생운동도 40여전 교통정리를 하며 길거리를 청소하던 선배들의 사려 깊은 행동을 본받으며 자기들의 주장에 때와 장소, 그 적정 수위를 조절하여 조국번영에 품위 있는 기여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노동계 역시 조국의 번영에 흘린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경제 난국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그들의 주장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권위적 리더십에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정치상황에 대한 언론의 관용도 필요한 때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기성세대들이 현 상황에서의 다양한 욕구분출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들을 선도할 수 있도록 바른 가치관 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열린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고통과 피의 대가이지만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키려면 자유와 절제라는 물과 비료가 계속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영조
LA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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