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베이징에서 있었던 6자 회담이 끝나는 날 오후 미국의 언론들은 갑자기 한반도에 전쟁이나 일어난 것 같이 온통 법석을 피운 일이 있었다.
AP 통신은 이날 북한이 회담장에서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하고 핵실험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는 긴급뉴스를 타전하면서 이 때문에 베이징에서 이틀째 열리고 있는 전체 회의는 결렬되었으며 제임스 켈리 미 수석대표는 북한 대표단보다 먼저 회담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잠시 후 CNN 등도 긴급 뉴스로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자료 화면에는 평양시내에서 중무장한 북한군이 사열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방송함으로써 마치 한반도에 전쟁이 곧 일어날 것만 같은 급박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난 뒤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이날 저녁에 있은 국무부 브리핑에서 필립 리커 부대변인은 켈리 대표가 회담장을 먼저 떠난 사실이 없으며 회담이 끝난 뒤 러시아 대표와 양자회담까지 잘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서 백악관 대변인도 다자간 논의과정을 통해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운운에 대해서는 북한은 그런 선동적인 발언을 자주 해왔다고 평가 절하해 그 날 오후 내내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던 내용과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었다.
결국 이 날의 해프닝은 누가 발설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런 내용을 덥석 보도해 버린 미국의 일부 언론에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
요즘 일부 미국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북한의 탈북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언제나 국경을 초월해 인간의 기본권 보장과 기아로부터의 해방을 촉구해야 하며 북한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참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과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북한의 인권과 기아 문제는 오랜 세월의 폭압 정치와 서방세계로부터의 경제제재가 심화된 결과이며 따라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보다는 국제사회와 시장경제로 연착륙시키는 것이 한반도의 유일한 평화정착 방안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번에 6자 회담도 열렸던 것 아닌가? 미국을 좀 안다는 사람일수록 미국은 그렇게 쉽게 북한문제를 양보하거나 물러설 사람들이 아니며 대선 선거 전략상 필요하다면 언제나 북한을 선제공격하고 말 것이라고 호언장담 한다.
그러나 지나친 패배주의나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간단하게 미국 강경파의 주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전쟁이 남의 일이 될 수 없거니와 북한에 대한 정밀 폭격으로 남한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믿을 바가 못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자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동맹국 이익, 특별히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의 평화 염원에도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김용현
한미평화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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