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새들 중에 기러기만큼 모범적이고 질서 정연하게 가족간에 사랑으로 결속된 새들도 없는 것 같다. 기러기는 숫자에 관계없이 V자를 형성하고 나르는 이유는 선두에서 뒤까지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끼룩 끼룩 힘내라고 아빠 기러기의 구령에 맞춰 나를 때 지친 날개 짓이 힘겨워 보이면 뒤에서 다른 기러기가 위치를 바꾸어 힘차게 나르는 새들의 생리를 가히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된다.
이토록 세상에 존재하는 새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으며 그것들의 본능적 행위가 우리로 하여금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새로운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기러기 아빠라는 유행어가 있다. 아빠 엄마 아들딸들이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하여 서로 떨어져 살며 그리운 가족을 만나러 멀리 멀리 하늘을 날아 산을 넘고 바다 건너 찾아가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부모들은 어떠한 고충과 희생도 감 할 수 있다. 보다 낳은 환경 속에서 내 자녀만은 누구보다 월등한 인재로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들의 소망이리라.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하여 엄마가 함께 떠나서 살고 아빠는 사업체와 빈집을 지키며 외로운 중년을 보낸다. 가족과 함께 저녁밥을 먹는 정겨운 분위기는 한낮 꿈의 그림자일뿐 가끔은 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친구는 들려준다.
그토록 희생적으로 키워준 정을 그들은 아는지? 다만 그것은 부모의 사랑과 의무이기에 감수할 뿐이다. 또 다른 형태로는 원정출산이다. 미국 시민의 꿈을 안고 모험과 위험을 동반한 원정출산.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은 문명 혜택을 받고 사는 나라를 선호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어느 수천억대의 임산부가 출산을 삼일 앞두고 형제 방문이란 위장 아래 붕대로 부른 배를 졸라매고 열두 시간 동안 비행한 것은 고통이고 아슬아슬한 모험이었다.
그 여성은 도착하던 날 출산기미가 보여 정교하게 짜여진 계획 아래 병원에서 극빈자 혜택으로 분만경비 일체를 면제받고 출산에 성공, 두 달만에 고국으로 돌아갔다. 바로 그 경비는 우리 모두가 낸 세금으로 지불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정출산 통계를 보면 지난 1년에 7,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잘 돌아가는’ 세상이다. 아기에게 미국시민으로 독수리 여권을 쥐어 주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또 하나의 다른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에 바른 사회가 뿌리내릴 때, 기러기 아빠도, 원정출산 엄마도 우리는 너희를 위하여 이렇게 살아왔노라고 떳떳하게 말해 줄 수 있으리라.
안젤라 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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