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나도 미국에 이민온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나무처럼 부쩍 자란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긴 시간의 흐름을 절감한다.
우리 가족의 미국생활 또한 여느 가족 못지 않은 에피소드와 추억거리로 가득 차 있다. 떠나 온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눈물짓는 날도 많았고 또 앞으로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각박한 이민생활’이라고 한탄해 본 적은 없다.
100년 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부터 한민족 이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마 그때는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이민 생활이었을 것이다. 혹독한 노동으로 지친 심신이었기에 그 고달픔이란 지금의 이민생활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각박한 이민 생활에 지친 동포들에게…’ 등등의 수식어는 연민의 정을 담아 서로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아름다운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고추장과 김, 멸치를 가지고 비행기를 탔던 그런 시절도 지난 지금 왜 아직도 우리는 ‘각박한 이민생활’이라는 말을 쓸까.
100년의 이민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러 아직도 사탕수수밭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인가. 이것 참으로 시대착오적 생각이 아닐까.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내가 아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나는 한번도 삶에 지친 모습을 본적이 없으며 고달픈 이민생활을 탓하는 말도 듣지 못하였다.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아 스스로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한 이민 길이었기에 희망에 넘치는 우리들이다.
고용을 창출해 내는 사업가로, 자영업자로, 건축가로, 교사로, 학생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성숙하고 성실한 삶을 가꾸어 가고 있다.
과연 우리가 100년 전 같은 그런 각박한 이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가? 우리의 이민생활이 그렇게 피로하고 지친 것일까?
우리 모두 국경선을 넘어 밴에 몸을 숨기고 부끄럽고 비겁하게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또는 관광비자로 와서 눌러 앉은 불법체류자가 아니라면 이제 제발 ‘각박한 이민생활’이란 말은 쓰지 말기로 하자
건강하고 활기찬 이민생활이란 말을 하자. 이제는.
제니퍼 서/워싱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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