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나의 조국은 산이 많은 나라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치면 밤이슬에 젖은 토양위로 흰 아지랑이 꽃피우고 멀리 산 사찰에 울리는 청아한 목탁 소리는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울창한 산 속 안을 가득 채운다.
탁, 탁, 탁. 목탁은 왜 속이 비어 있어야만 잘 울리는 것일까?
옛날에 수도승 한 분이 스스로 깨달음이란 것을 얻기 위해 불 속에 뛰어들어도 보고 물 속에도 잠기어 보면서 같은 고행과 수도를 하여 보았건만 끝내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육신과 마음의 고통만 느끼게 되었다.
어느 날 수도승은 꿈속에서 한 선사를 만났다. 선사의 말씀이 너의 마음 속은 부처가 되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데 너는 어찌 인간의 욕심으로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마음 속에 있는 것부터 모두 비워야 하느니라 하셨단다.
그 후 수도승은 죽어 나무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나무를 잘라서 나무 속을 파내고 목탁을 만들었다. 그래서 목탁을 두들이면 그 수도승의 빈 마음이 우리에게 깨우쳐 지는 것이란다.
나는 불혹의 나이에 미국에 오게 되었다. 고국에서 못 다한 삶과 꿈들을 이곳에서 펼치고 싶었으나 진정 내가 이곳에서 설 땅은 노동판과 시장판뿐이었다.
어느덧 휘날리는 흰 머리카락 속에서 지나간 세월들을 가늠하여 보면 저만치 서있는 나의 모습에서 황혼을 느끼게 된다.
살아온 날이 많고 앞으로 살날이 적은 나는 무엇부터 정리를 하여야 할지. 흘려간 세월만큼 나의 가슴속에 쌓였던 욕심들이 녹아 나의 가슴 안을 가득 채우고 이제는 두들겨도 울릴 공간마저 없는 나.
공(空)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공(空)은 이 우주 만상을 가득 채우고 나는 그 부속물이란 것을 왜 몰랐었을까.
구연진/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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