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던 소녀시절도 지나가고 자리를 잡는다며 바쁘게 지나던 시절도 갔다. 아이들 잘 키우고 성공하여 보겠다고 열심히 뛰며 살아온 시절을 자꾸만 뒤로 보내며, 지나간 시절 그리운 사람들이 문득 떠오르는 계절이 다가오던 어느 날이었다. 소식이 끊긴 먼 옛날 초등학교 때 친구와 같은 해에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기대를 걸고 옛 친구의 연락처를 부탁할 때만해도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리라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온 집안을 뒤졌다며 그 옛날 동창생 명단을 찾아내서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또 전화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까 다음날 새벽 바쁜 출근시간을 쪼개어 한국에까지 확인전화를 걸어 알려주었다. 나는 오랜만에 사람 사는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산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삭막하고 이해타산에 젖으며, 미국식이라는 합리화로 우리 한인들이 인정을 멀리하고 사는가.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가까이 하고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음을 알았을 때는 멀리하는 그런 식의 우정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한다. 삭막해져 가는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매일 꿈만 꾸면 바보라고 나를 비웃어도 나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람 사는 향기를 뿜으며 살고 싶다.
하시엔다 안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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