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하여 대통령 직이 무슨 청와대 청소부 자리인 줄 아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8개월만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나라를 혼란과 불안정 속으로 밀어 넣었다.
국가 원수, 실권을 한 손에 가지고 있는 대통령의 미래가 확실치 않을 때 파생하는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인 불안정과 위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미국에 대한 신의와 정의롭지 못한 힘의 행사에 동참이라는 도덕적 딜레마를 솔로몬 같은 지혜로 헤쳐 가야만 하는 이라크 파병 문제, 첨예하게 대립하여 극한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노사 문제, IMF 때보다 못하다고 호소하는 국민들의 체감 경기, 등등 문제가 한도 없이 쌓여 있는 지금 스스로 레임덕 현상을 만들어낸 노 대통령의 무책임과 정신적 미숙함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국민이 나를 신뢰하지 않으면 대통령을 안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태도는 동네 아이들과 공 놀이를 하다가 다른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놀아 주지 않으니까 나 안 놀래. 집에 가게 공 돌려 줘 하는 아이와 다를 바 없다.
아마도 노 대통령은 이 길이 겸허하게 국민의 심판을 묻는 것이고 국민들이 재신임을 하여 주면 깨끗한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모양인데, 이는 유치한 발상이다. 도덕적 신뢰만이 국정운영의 밑천이라고 재신임 요구의 이유를 밝힌 그가 국민투표를 하여 재신임을 받으면 이미 일어난 측근들의 비리가 없던 일로 사라질 것으로 믿는가 물어보고 싶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대통령이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어린아이가 투정 부리듯이 헌법에도 없는 재신임을 물어 국정을 혼란과 불안정 속으로 몰아넣는 대통령이 아니다. 그에게 끊임없는 어려움을 주어온 것은 여소야대의 정국, 보수 언론계, 그러한 적대적인 상황 아래에서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그 자신의 경솔한 언행이다. 그러한 원천적인 문제들이 재신임을 통하여 없어지리라 믿는다면 노 대통령은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억지 춘향격의 재신임 과정을 거치며 혼란을 계속하느니보다, 차리리 지금 노 대통령이 사임을 하고 헌법에 규정된 대로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뽑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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