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급기야는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서 본 분위기는 대통령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현재의 분위기로는 국정을 이끌어나가기 힘든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했던 것 같다.
평통자문위원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평소 그의 정치적 소신에 호감을 갖고 있어서였겠지만 노 대통령을 처음 본 인상은 아주 친밀했고 신뢰가 갔다. 대화에 격식이 없었고 그 동안 변호사와 정치인으로 노동자들을 많이 대하다 보니 때로 표현이 거칠 때도 있다고 하면서 마음에 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했다.
대통령과 일부 보수 언론과의 관계가 나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신문을 살펴보았다. 역시 대통령의 말실수와 언론에 대한 불만 섞인 말들만이 보도되었다. 대통령이 말한 신문보도에 대한 우려가 증명된 셈이다. 그 자리에서 들어보면 그런 뜻이 아닌데 신문보도를 보면 영 본뜻과는 다르게 보도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 대통령의 뜻과 개혁방향에 대해서는 동감을 하면서도 방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개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노 대통령은 미숙한 대통령에 틀림없다.
이번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에 이어 한국에서도 대통령 소환선거가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깨끗한 정치를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스스로 책임 지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방문시 받았던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의 통치철학을 볼 수 있다.
그는 신뢰로 조직을 움직인다고 하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잘못에 대해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한 사람에게 뒤집어 씌워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얼마나 책임 있는 사람인가. 그런데 익숙해 있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잘못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라면 한국식 민주주의는 대통령의 잘못은 덮어두려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고 심판을 받겠다는 용기는 비록 미숙한 대통령의 결단이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현재 정치판으로는 희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왕 재신임 문제가 나온 이상 대선 자금과 떳떳치 못한 정치자금 등을 솔직히 밝히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의 재신임 받을 수 있기 바란다. 그것이 나라를 위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더 잘하라고 하는 비판이지 물러나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대통령을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그가 재신임을 받게 된다면 자신과 코드가 다른 비판 세력과도 함께 손잡고 갈 수 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재신임을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들에게 친근한 대통령, 책임질 줄 아는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게 되기 바란다.
김수철 <목사·거리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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