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수확의 계절’ ‘결실의 계절’ ‘낭만의 계절’ ‘남성의 계절’ ‘독서의 계절’… 가을이란 단어에는 이처럼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가을.
가을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국의 가을이 먼저 떠오른다.높고 파란 하늘에 황금 빛 들판, 여기에다 불타는 단풍까지 곁들여 온통 원색의 장관을 이루는 고국의 가을. 이를 두고 시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우는 천고마비니 기러기 날고 단풍이 물든다하여 정안홍엽(征雁紅葉)의 계절 그리고 국화가 뽐내고 물이 비취처럼 푸르다하여 국오수벽(菊 水碧)의 계절이라 노래했다.
가을이 낭만의 계절, 문화의 계절로 불리는데는 쾌적한 날씨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책읽기에도 좋은 날씨라 하여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표현한다.
옛 사람들도 가을은 등불을 가까이 하여 책을 읽는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 했다.옛날 중국 당의 문호 한유에게는 아들 창이 있었다. 그는 아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이라는 시를 썼다.
‘바야흐로 가을, 장마도 걷히고마을과 들판에 서늘한 바람 이제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으니(등화초가친:燈火稍可親)책을 펴 보는 것도 좋으리.’
이처럼 옛 성현들은 가을이 되면 희미한 등불을 가까이 두고 귀뚜라미 소리를 벗삼아 책을 읽을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가을이 되면 등불을 가까이 하여 책을 읽기에 좋은 등화가친의 계절이라 불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너무도 평범하리만큼 익숙하다.‘독서는 도움을 받지 않는 발견과 마찬가지이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과학에 관해서는 새로운 책을 읽도록 힘쓰고, 문학에 대해서는 오래된 책을 읽도록 힘써라’ ‘얼굴이 잘 생기고 못생긴 것은 운명의 탓이나, 독서나 독서의 힘은 노력으로 갖추어질 수 있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대화는 기지 있는 사람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들도 많이 있다. 물론, 독서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러나 독서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독서가 생활습관이 된 사람들보다는 책읽기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이다.
독서는 물과 공기처럼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가장 지나치기 쉬운 미덕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라 할 수 있을 게다.오래 전부터 독서는 개인의 안목을 넓혀주고 삶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리 잡아왔다.
아무리 인터넷, 전자 책 등 멀티미디어 시대가 도래했지만 독서의 가치는 여전히 자기 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컴퓨터의 거장으로 불리는 빌게이츠 역시 독서광이다. 그는 독서에 대해 “훌륭한 독서가가 되지 않고는 참다운 지식을 갖출 수 없다.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비디오 영상과 음향을 많이 사용하지만, 그래도 책은 여전히 세부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최선의 방식이다”라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매일 밤 1시간, 주말에는 3~4시간의 독서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일간신문이나 잡지 외에도 최소한 한 권의 주간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서광이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고 있는가?
지금 당신 옆에 좋은 책 한 권이라도 놓여 있는지, 그리고 최근 양식으로 삼을 만한 마음의 교훈을 읽은 기억이 몇 번이나 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흔히, 바쁘고 힘든 이민 생활에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책읽기 노력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란 것이다. 하루 일과 가운데 TV나 비디오 보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매일 아침 15-30분 정도 일찍 일어나거나 잠자기 전 30분을 이용하여 책을 읽다보면 충분히 독서하는 습관을 길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독서습관은 부모들의 책 읽는 습관을 통해 생긴다고 한다.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자녀 역시 책을 읽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면 자녀도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제법 가을 같은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하늘도 많이 높아졌고 기온도 많이 쌀쌀해졌다. 가을은 ‘식욕의 계절’ ‘결실의 계절’ ‘고독의 계절’ ‘사색의 계절’ ‘독서의 계절’ 등등 수식어가 많은데, 이 가을이 ‘식욕의 계절’보다는 ‘독서의 계절’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