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영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각종 차트를 빼곡이 채우고 있는 온갖 신체내부 사진. 마치 의과대학 해부 실습실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이 변호사의 안내를 따라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곳은 방송 제작국을 연상시켰다. 3차원 입체 영상을 제작하는 컴퓨터와 여러 전자 기자재가 방에 들어 차 있었다.
두 방을 보고 나자 마음 속의 모든 궁금증이 한꺼번에 풀렸다. 최근 1년 사이 잇달아 이 변호사가 이끄는 로펌이 이루어낸 ▲대형 보험회사를 상대로 쟁취한 150만달러 승소 ▲3만달러 합의 제안을 거부하고 이끌어낸 20만달러 승소 ▲최초 1만5,000달러에 불과했던 합의금을 48만달러로 끌어올린 협상력 등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스르르 풀렸다. 한 마디로 그 비결은 과학적인 조사와 아낌없는 투자다.
이 변호사가 법정에서 벌이는 공방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먼저 NBC 현역 프로듀서가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을 동원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분석, 제작한 비디오가 현직 아나운서의 설명과 함께 상영된다. 미 전역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최정예 의사들을 증인으로 세워 교통사고를 전문 의학 지식에 기초해 풀어간다. 각종 CT 촬영 기록을 비롯한 의학 자료를 본 배심원들은 모두 마음이 돌아선다. 거기에 법과 규정을 꼼꼼히 짚어가며 치밀한 논리를 펼치는 이 변호사 팀의 배심원 설득은 상대방 소송인을 헤어 나오기 힘든 곤경에 빠뜨리는 결정타다.
이 변호사는 우리 팀의 노력보다는 우리를 끝까지 믿고 따라준 고객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공을 고객에게 돌렸다. 고객을 자기편으로 이끄는 이 변호사의 힘은 무엇일까? 모든 사안을 시간을 충분히 갖고 설명하면 고객과 저희 팀 사이에 신뢰가 쌓입니다. 무엇이든 솔직하게 접근하는 것이 유일한 저희의 힘입니다.
이 변호사는 주 검사 출신으로 형사법에 정통한 프랭크 스캇 변호사를 비롯해 3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일반 직원 6명도 사건 해결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자료 분석 등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0명이 제각기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되어 착착 물려 돌아가면서 전체 시스템을 운행하는 것이 이 변호사 그룹이 강한 또 다른 이유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 변호사는 UC버클리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UCLA 법대를 졸업했다. 1993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10년째 교통사고만 전문으로 다뤄서인지 이 변호사는 유난히 안전에 민감하다.
얼마 전 차를 구입할 때, 에어백이 얼굴 쪽으로 터졌더라면 크게 다치지 않았을 고객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안전장치가 가장 잘 된 차가 어떤 것인지에 주안점을 두고 리서치를 했지요.”
<김호성 기자>howi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