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인마켓에 장을 보러 갔다가, 뜻밖에도 내가 처음에 미국에 이민 왔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아저씨를 만났다. 그분은 외삼촌과 아주 친한 친구라는 이유 하나로 우리 가족이 어렵게 이민생활을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14년 전 엄마 아빠가 미국으로 살러 간다고 나와 내 동생의 손을 잡고 LA에 도착했을 때 난 영어라고는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게 전부인 순 토박이 한국아이였다. 행여나 미국인이 하이 라고 인사라도 하면 그 뒤에 또 다른 얘기들을 시킬까봐 미국인들의 눈빛조차 마주치기 두려워했다. 바로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통하던 이민 초기에 그 아저씨는 우리 가족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다.
우리 가족이 살 아파트도 일일이 신문보고 전화해서 찾아 봐주셨고, 나와 내 동생이 다녀야할 학교도 직접 데리고 가서 등록을 시켜주셨고, 상당히 많은 집기들과 가구까지 도 얻어다 주셨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서 해야하는 예방 접종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보건소에 우리를 데려다주시기도 했다. 그때 자동차가 없는 우리들을 위해서 마켓이나 필요한 곳들을 그분의 차로 많이 태워주셨다.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그 아저씨가 운영하시는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취직을 시켜주시고, 밤에는 버스 타고 다니면 위험하다고 집에까지 차로 바래다 주셨던, 정말로 수도 없이 많은 것을 우리 가족에게 베푸신 그 아저씨를 오늘 뜻밖에 한인타운에서 만난 것이었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 아저씨와 연락을 못했지만 이민 초기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정말로 도움을 많이 주셨던 아저씨가 너무나 감사했다.
그때, 아저씨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에 가라고 대학도 구경시켜 주셨는데, 그때의 동기 부여로, 난 UCLA에 들어가게 되었고, 대학 졸업 후에는 USC에서 치대생으로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이민 초기 아저씨가 미국의 긍정적인 삶과 가치관을 많이 보여주셨기에 내가 이민생활을 무난히 하지 않았나 싶다. 내일은 당장, 아저씨에게 전화해서 저녁이라도 사야할 것 같다. 나의 이민생활의 초석이 되었다고.
박소현/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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