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소리 없는 파격이다. 그 파격을 위해 용기를 내서 계획을 하다 보면 때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새로운 지역에 대한 설렘, 호기심과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집과 일을 벗어나면 그때부터 누려지는 홀가분한 자유로 인해 우리는 매번 그러한 시도를 꿈꾸는 게 아닐까. 그게 바로 떠남의 황홀한 매력이라고 생각하면서.
또한 살아오며 미처 찾아내지 못했던 소중한 삶의 지혜, 어떤 깨달음, 반성 등을 얻어 가지고 오는 특별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얼마전, 덴버에 다녀왔다. 가기 전까지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은 나~~홀로 걸어가네’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흥분했었다. 덴버공항에 도착하니 양옆 풍경이 한적한 한국의 시골길을 연상시켰다.
도착한 다음날 찾은 파이크스 피크는 왕복 3시간10분 걸렸다. 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1만4,110피트 높이를 오르는데, 이름 모를 야생화, 나무들, 돌덩이들, 작은 폭포가 양옆으로 펼쳐진다. 점점 더 가다보면 노리끼리한 잎자루를 받치고 산들바람에도 파르르 떠는 잎새를 가진 아스펜 나무들이 아주 많이 널려있다. 좀더 들어가니 완만하게 경사지며 하얀 구름이 건너편 산등성이를 허리에 휘감듯 싸안아 두르고, 유유히 흘러가는 광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대로 마주하는 듯했다.
와아! 모두 탄성을 지른다. 우중충하던 날씨가 햇볕으로 쨍쨍해지는데, 우리의 근심, 걱정 모두를 다 삼켜버리는 듯 했다. 조금 더 가니까, 북극성 평원에서 자라는 알파인 툰드라가 촘촘히 나타났다. 100년만에 3인치 정도 짧은 우기를 만나 자란다고, 교수직을 은퇴하고 취직한 미국인 안내인은 설명한다. 얼음덩이와 눈이 검은 이끼와 함께 듬성듬성 보이고, 드디어 정상에 도착. 아래와 약 25도 정도 기온차이가 난다고 한다.
다음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느긋한 여유를 가지려고 시내에 있는 식물원에 갔다. 아기자기하고 단정하게 잘 가꾸어 놓았다기보다는 야생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할까.
조그만 연못에 연꽃이 진홍, 연보라, 흰색, 빨간색으로 피었고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플래스틱으로 둥그렇게 오리 앉는 자리를 만들어 물위에 띄워 놓은 게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3일간의 휴가는 이제 흘러흘러 구름처럼 사라져갔는데, 내 마음의 덴버는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의 노랫가락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안순희/하시엔다 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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