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뉴욕장사씨름대회는 한국씨름연맹이 미국에서 주최한 6번째 대회다. 첫번째 대회는85년 11월 LA 올림픽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천하장사 미주대회였는데 당시 이봉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91년 12월 뉴저지 애틀랜틱시티 트럼프 캐슬호텔서 두번째 천하장사 미국대회가 열려 임종구 선수가 타이틀을 차지, 초대 뉴욕 장사에 올랐다. 이듬해인 92년 10월에는 유엔 가입 1주년을 기념해 맨하탄 메디슨스퀘어가든서 장사대회가 개최돼 김정필 선수가 꽃가마를 탔다. 이후 94년 9월 LA(장사 신봉민), 97년 11월 하와이(장사 김경수)에서 두 차례 장사대회가 열린바 있다. 한편 이번 대회 경기장면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9일(일) 오후 3시 KBS가 녹화 방영할 예정이다.
▶…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염원준(LG 투자증권)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우승 후보들이 모두 탈락하는 등 운이 좋았다”며 “결승에 올랐을 때 너무 체력 소모가 많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호적수로 꼽히는 황규연(신창건설)을 제압할 수 있었던 승부수로 “밀어치기 공격이 주효했다”고 분석했고 “아직도 뉴욕 장사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뉴욕 씨름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음달 인천에서 열리는 천하장사에 도전해 첫번째 천하장사 타이틀을 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대 화제는 역시 한국 씨름선수들과 미 프로레슬러와의 맞대결. 최대 몸무게 255kg을 자랑한 오마 이튼 등 5명의 레슬러들은 자신이 상대하고 싶은 한국 씨름 선수들을 지명하라는 이야기에 순간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국 대표로 나온 선수 중 박영배(현대)가 그나마 184cm, 148kg으로 다소 체구가 있었을 뿐 장정일(현대), 윤성규(신창)는 둘 다 175cm에다 90kg도 안됐다. 반면 프로레슬러들은 대부분 2m가 넘는 장신에다 평균 200kg이 넘는 거인들이었다. 이들은 엄청난 체구 때문에 맞는 샅바가 없어서 기존의 샅바를 임시로 이어서 사용해야 했다.
▶…80년대 씨름 스타로 군림했던 홍현욱 경기실행본부장은 경기 전날 서울플라자 만찬 환영회에 나타난 프로 레슬러들을 보고 “내가 지금 모래판에 나가도 저 친구들을 충분히 꺾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막상 당일 경기에 나선 한국 선수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첫 경기는 185cm, 104kg의 김기태(LG)와 193cm, 206kg의 빅 슬램의 대결. 김기태는
전광석화 같은 앞무릎치기로 상대를 모래판에 엎었고 둘째판서도 역시 같은 기술로 간단히 슬램을 제압했다. 100kg 이상의 체격차이에 ‘상대가 될까’하며 반신반의하던 관중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고 차례로 박영배, 장정일, 윤성규, 최영준 선수가 안다리, 배지기, 밀어치기 등 다양한 씨름 기술을 선보이며 거구의 레슬러들을 모래판에 엎거나 자빠뜨렸다.
▶…’정말로 저 친구들이 우리를 상대할 거냐’는 식으로 덩치만 믿고 거드름을 피우던 프로레슬러들은 넷째판서 90kg의 윤성규가 255kg의 오마 이튼을 밀어치기와 앞무릎치기로 가볍게 두 번 다 모래판에 누이는 모습을 보자 ‘1만달러’의 상금보다 자존심이 크게 구겨졌다는 표정들. 통역과 진행을 도와준 이황룡(CK렌탈폰 대표)사장에게 무슨 속임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했고 잇따라 패하고 들어오는 동료들에게도 “어떻게 된거냐”며 질문했지만 정작 자신조차 힘 한번 못쓰고 패하자 고개만 절래 흔들기도….
▶…경기를 지켜보던 박영권 심판은 “겉으로 보기에 씨름은 힘이나 무게로만 싸우는 것 같지만 기술과 순발력 등 요구하는 조건이 많다”며 “씨름선수와 레슬러가 맞붙는 시합은 단순히 이기는 것만으로는 승부가 너무 싱겁고 앞으로는 체중이 절반 이하인 씨름선수와 맞붙어 5초 이상 버티면 프로레슬러가 이기는 방식으로 바꿔야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한마디.
특히 박영권 심판은 “무게가 문제가 아니다”며 “아마도 오늘 경기를 치른 프로레슬러들은 모래판에 불과 1분도 서있지 않았지만 내일 아침에는 온몸이 쑤시고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씨름 선수단도 최홍만(LG)이 218cm, 김경석(신창건설)이 178kg으로 각각 최장신과 최고 중량을 자랑했다. 이들을 뉴욕으로 실어 나른 대한항공이 이들 거구의 씨름 선수들에게 어떤 좌석을 제공했는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최홍만과 함께 신장 217cm로 골리앗이라 불리는 김영현(신창건설)은 비즈니스석을 마다하고 비상구 쪽 좌석을 택했다고 한다. 너무 다리가 길어서 비즈니스석에서도 다리를 펼 수가 없었으며 결국 비상구 사용을 위해 앞 공간을 충분히 남겨 놓은 자리에서야 겨우 다리를 펼 수 있었다고. 반
면 작은 체구의 성인 남자 3명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김경석은 비행기가 이륙한 뒤 가운데 빈자리의 팔걸이를 모두 걷어 올리고 거대한 몸을 5개 좌석에 눕힌 채 14시간의 비행을 견뎠다고 한다.
<장래준 기자>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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