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고3 자녀를 둔 집에 대한 예의가 몇 가지 있는데 첫째, 대학입학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진 특별한 일없이 그 집을 방문해서는 안되며 둘째, 전화도 삼가 해야 되는데 특히, 수능시험을 본 다음날과 대학입학의 합, 불합격이 발표되는 날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셋째, 고3 자녀를 둔 엄마들도 모든 집안의 대, 소사와 그 동안 해왔던 사회활동에서도 모두 열외를 시켜주어야 한다. 자식이 고3이면 엄마는 苦4이기 때문 이다.
내가 보낸 고3 생활도 이와 같았다. 아침 6시에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뜨고 넘어가지 않는 아침밥을 몇 숟가락 뜨면 차로 등교를 시켜 주시던 아버진 이미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계셨다. 학교까지 가는 30여분동안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이지만, 그 시간에 한 자라도 더 봐야 한다는 선생님과 부모님에게서 들은 말로 인해 맘은 늘 불편했다.
아침 7시에 시작된 2시간의 자율학습이 끝나면 9시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고, 하루 평균 6~7시간의 정규 수업이 끝나면 곧 이어지는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으로 밤10시가 되기 전엔 학교대문을 나서질 못했다. 거기다 선생님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1시간을 더 학교에서 보내고 나면 밤11시. 그때야 아침 7시에 들어왔던 교문을 터덜터덜 나서는데 이제는 학원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절로 감기는 눈을 수도 없이 비비며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1시. 에이, 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자야지! 하지만, 어머니가 차려주신 야식을 먹고 나면 곧장 잠자리에 드는 것이 미안해 책상머리에 다시 앉아보지만 10여분을 버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곤 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여 년이 가까워 오지만, 한국 땅의 고3학생과 苦4 어머니들의 삶에는 전혀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12학년의 조카녀석은 오늘도 수업을 마치고, 오후 세시가 조금 넘어서 집에 왔다. 그리곤 농구연습을 하러 YMCA로 나섰다. 족히 2~3시간은 뛰고 올게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도 컴퓨터 게임을 1시간정도 하는 것 같더니 밤 10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미국교육제도에 대해 까막눈인 이 숙모의 눈엔 시간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에 매이지 않는 조카녀석이 걱정이 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10여 년 전 나의 고3때 모습과 현재 한국 고3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어지럽기만 하다.
이윤선/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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