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문득 세월이 많이도 흘러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8살, 11살 된 두 딸의 손을 잡고 LA 공항에 도착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그 아이들은 모두 결혼하여 두 아이,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이제 일손을 놓고 뒤를 돌아보니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다. 휴가라고 이름할 만한 휴가 한번 없이 살았으니 말이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언어문제, 학교 생활, 친구 관계등 스트레스가 많았을텐데 불평 한번 않고 탈없이 잘 자라주었다. 힘들었던 순간마다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색하게도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우리 부부는 딸이라고 대학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보내며 결혼시킬 때까지 데리고 있었다. 그러다 연이어 딸들을 결혼시켜 멀리 떠나 보내고 섭섭했던 때를 돌이켜 보면 지금도 눈물이 핑 돌곤 한다. 큰딸은 서울로, 작은딸은 워싱턴 D.C. 로 시집보내고 나서 남편은 애들방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고, 나는 아이들이 보고싶어 통곡을 하곤 했다. 부모가 홀로 서기 연습이 안돼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두 딸 모두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들 다 보내고 나면 조그마한 집으로 이사를 가야지, 큰집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큰집이 필요했다.
딸들은 엄마 쌀 있어요? 고춧가루 있어요? 휴지 있어요?하며 온갖 생활용품을 아직도 엄마가 다 사주어야 하는 줄 알고 주말이면 짐 챙겨 집으로 오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두 자기 생활이 있어서 전화도 자주 못하고, 물론 자주 오지도 못하는걸 보면서 정말 우리 할 일은 다 했구나 안도하면서도 가끔은 섭섭함을 느낀다.
이제는 앞으로의 세월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잘 쪼개어 활용해 보고자 노력한다. 그 동안 못다한 영어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며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의 우정도 돈독히 하면서, 아주 작은 일로부터 시작하여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
아이들이 모두 홀로 섰으니 이제는 우리 부부도 홀로 설 준비가 된 듯 싶다.
김민/토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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