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앨러배머 주 대법원 청사의 십계명 돌판 사건이 지난주에야 최종 결말이 났다. 사건의 주인공인 로이 무어 앨러배머 주대법관은 일찌기 카운티 판사로 재직시 법정에 장미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세워 말썽이 되더니 이번에는 화강암에 십계명을 새겨 대법원 청사 중앙 홀에 설치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찬반 여론이 들끓던 중에 십계명판은 강제 철거되고 이번에 주 법사윤리위원회에 의해 그는 판사직 마저 박탈당했다.
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기독교인들이 법원 앞에서 땅에 엎드려 기도하는 시위를 계속 하였으나 미국의 보수진영의 교계에서도 공식적인 무어 지지가 안 보였고 한인교계 마저 아무런 공식 대응은 없었다. 아마도 무어 대법관 개인의 신앙적 열정은 인정을 받았으나 십계명판을 대법원 청사에 설치한 그의 행동은 기독교계에서도 별로 인정을 못 받았던 모양이다.
이 사건은 미국의 헌법은 말할 것 없고 상식으로 판단해서도 처음부터 잘못 되었던 것이라고 본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이지 국가 기관이 어느 특정 종교를 옹호, 선전할 수 있는 자유는 아니다.
만일 십계명이 단순한 장식이라고 한다면 같은 크기의 화강암에 이슬람 교인이 가령 알라가 유일신이다 라고 새겨 법정에 놓거나, 불교도들이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청동상을 법정에 설치하려 하면 무어 대법관은 허락하겠는가.
로이 무어 대법관은 왜 이렇게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하였겠는가.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이 남달리 뜨거웠던 때문인 듯 하다. 뜨거운 신앙을 누가 탓하겠는가. 그러나 상식을 벗어 나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대개 신앙이 맹신이 되어 있기 쉬운 법이다.
맹신은 자기 신앙(혹은 종교) 만이 유일한 진리의 신앙(혹은 종교) 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신앙이나 종교에 대해서 대개 무지하고 또 무시를 한다. 이것이 기독교의 큰 병폐 중의 하나이다. 기독교는 십계명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어떤 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는 오직 예수의 가르침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데 있다.
기독교가 인정을 받고 기독교인이 사랑과 존경을 받으려면 오직 예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 하는 길밖에 없다. 아무리 십계명판을 법정에 갖다놓고 성경전체를 돌에 새겨 길에 깔아놓아도 그 말씀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신앙이 살아 있으려면 외형적 모형이나 그럴듯한 언변에 있지 않고 오직 삶 속에서 나타나는 묵묵한 실천 속에 있다.
김 라파엘/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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