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몇십, 몇백만달러 뭉칫돈을 갖고 오는 본국인들이 하도 가격을 올려놓는 바람에 우리는 변변한 가게하나 사기 힘들어졌어요. 미국까지 와서 빈부 소외감을 느껴야 하나요…
최근 한국 부유층의 미국 투자 열기 기사가 나간 후 한 독자로부터 받은 항의 반, 하소연 반 전화의 내용이다. 20년 전 무일푼으로 이민 왔다는 이 50대 한인 남성은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조그만 비즈니스라도 하나 구입하려 했으나 웬만한 타운내 가게를 오픈하려 해도 50만달러 이상이 든다는 얘기를 듣고 허탈해했다.
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는 가격이 높아지면 개인적으로 커미션도 많아져 돈벌이는 좋지요. 그러나 미주 한인 입장에서는 미국에 오자마자 비싼 집과 사업체를 도배질 하면서 가격까지 부추기는 한국 투자가들에 대해 위화감을 느낄 만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의 해외이민 열기, 특히 IMF사태 이후 해외 이주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1, 2년간 한국의 경제침체, 정치와 사회, 안보 불안이 가중되면서 그 정도가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한국의 친구들도 여유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민이나 해외투자를 하는 것이 사회적 유행이라고 말한다.
최근 ‘이민자’들은 60∼70년대 수백달러를 갖고 와서 맨몸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꾼 초기 이민자와는 다르다. 사실 이들중 상당수는 엄밀히 따지면 ‘이민자’도 아니다. 조기유학 온 자녀를 위해 미국에서 생활비를 해결하거나 또는 해외 투자성으로 투자하는 한인들도 상당수다.
미국 합법체류의 한 방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투자비자(E-2)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한국 투자가들의 LA 행렬을 증명하고 있다. 99년 806명, 2000년 1,386명, 2001년 1,403명, 2002년 1,670명, 2003년 1,961명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상 이민 유형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건이 좋은 투자지역으로 자금이 흐르는 것도 막을 수 없다. 또 이민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남가주 한인사회로의 자본유입으로 한인 경제가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미국 물정을 모르는 한국 투자가들의 ‘너도나도’ 식의 막무가내식 투자로 인해 LA한인과 본국인 사이에 마음의 벽이 생기고 한인사회의 심리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환동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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