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성질 급한 건 자타가 공인한다. 또한 변덕이 심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거라도 한번 좋고 나면 이내 싫증을 내는 것이 한국 사람이다. 운동선수들 경우에도 그렇게 좋아하다가 어쩌다 잘 못하면 곧바로 비난한다. 연예인도 대부분 인기가 불과 2, 3년을 못 넘긴다. 지구력과 지속성이 없고 이내 팔팔 끓었다 식어버리는 냄비 근성이 있기 때
문이다.
이런 한국인의 습성과 기질을 잘 활용해 돈을 버는 민족이 바로 일본인이다. 그들은 바로 이런 한국인을 대상으로 각종 전자제품이나 건강식품을 만들어 한탕하고는 슬쩍 빠져나가곤 한다. 무엇이든지 한번 좋다 하면 우르르 달려들어 좋아하고 또 그러다가도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싫어하거나 돌아선다. 한마디로 좋은 것 싫어하는 것도 잠깐이다. 그래선지 누
굴 돕는 것도 한인들은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매월 미 적십자사에 지난 20여 년 동안 꼬박꼬박 20달러씩을 보내고 있다. 또 한 사람은 미얀마에 굶주리는 어린아이를 돕기 위해 매달 26달러씩 오래 동안 월드비젼에 기부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인들의 지속적인 이웃돕기요, 감사함을 환원하는 자세이다. 누구를 돕더라도 이들은 단발성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자가 자립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영속성을 가지고 한다.
한인사회도 이따금 많은 단체들이 이맘때가 되면 감사의 표시로 추수감사절 행사 및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펼친다. 그러나 대부분 일회용 혹은 일년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단체의 경우 회장이 바뀌면 새 회장의 운영방식과 계획에 따라서 한번 치른 행사가 다시 이어지기도 하나 대부분 그 해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감사함은 그렇게 끝나서는 별 의미가 없다. 미국인들처럼 꾸준히 돌볼 사람을 관심 갖고 보살필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번 ‘깜짝’ 하고 나서 끝나는 건 누가 못하는가.
사람과의 만남도 꾸준히 지속성이 있어야지 없으면 좋은 열매를 못 맺는다. 한국은 간암, 교통사고, 이혼율이 세계 제1위라고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황금만능 사고가 주 요인이다. 그러나 실은 그 밑바닥에 가족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 관심면에서 지속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척이나 친구, 내 이웃 등 누구에게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지속적으로 도와 주라.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요,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20여년이나 남을 위해 아무리 체크 뗄 일이 많더라도 한쪽에 반드시 전화나 전기 요금식으로 불우이웃 돕기 기금을 따로 해놓는다는 한인이나, 18년을 한결같이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와 터키를 전달하는 사랑의 터키 재단 관계자들 모습은 아름다워 보인다. 금년에도 빠짐없이 이 행사를 치른 전상복 회장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준비에서부터 마칠 때까지 일은 너무 너무 힘이 든다. 그러나 다 끝내고 나면 마치 내가 억만장자가 된 것 같고, 고시합격한 사람 같고,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그 기쁨과 보람은 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지속성을 갖기에는 일이 너무 많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회용 행사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돕는 사람도 신경과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이다. 덕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작년에 왔던 각설이 잊지도 않고 또 왔네’가 아니라 ‘한번 오고 나더니 깜깜 무소식’이라며 온정의 손길을
학수고대한다.
나무를 심어도 씨를 부리고 나서 지속적으로 물을 줘야 잘 자란다. 이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사랑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완전히 자활할 수 있게 된다. 미국적십자사나 월드비젼 같은 자선기관에서는 이렇게 지속적인 방법을 쓴다. 이를 위해 미국인들은 일반인으로부터 거부들까지 자선기관에 기부금을 꾸준하게 헌납한다. 빌 게이츠가 지난 5년 동안 자선 기관에 기부한 금액만도 자그만치 225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연말이 되면 한인사회도 곳곳에서 ‘감사’ ‘감사’하며 여러 가지 행사를 치른다. 그런데 이날이 가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외면해 버리는 게 우리네 습성이다. ‘곰국도 오래 끓인 것이 제 맛이 난다’고 지속적인 보살핌, 그리고 꾸준한 관심, 이것이 바로 진짜 ‘사랑’이요, 진정한 ‘감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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