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원(전 퇴계학회 회장)
테러와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로 세계가 혼란 속에 잠겨 있다. 성현의 가르침과 종교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악과 비극은 존재한다. 올바른 종교적 신앙을 지키기 위한 순교자들의 그 많은 피로도 악을 낳는 인간의 존재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비극이 일어나는 근본문제에 대한 철학적, 정치적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학적 재검토는 어떤 다른 조치보다도 우선해야 하고 깊고 심각해야 할 것이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철학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에 대하여 동감일 것이다.
미국을 지배하는 실용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윌리엄 제임스는 실용주의는 그것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의하여 평가되는 사상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과정을 경시한 결과적 실적만을 중요시하는 철학이다. 실용주의의 장단점을 여기서 논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실용주의에 의거한 미국의 대외정책과, 그것이 세계인에게 주는 심정적 영향이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은 아무도 부인 못할 것이다. 실용주의의 어두운 점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실용주의는 그 응용과정에서 인간의 본성과 자연법칙을 경시한다. 즉 인간과 자연의 성리를 경시하는 것이다. 성리에 대한 깊은 통찰은 전체를 포용하는 큰 흐름이 자연 속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 흐름은 지존, 지선의 발현과정이며, 개별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여기에 뿌리박지 못하면 지존, 지선과 유리되고 따라서 악의 범주로 전락하고, 결국 파멸하고 만다. 실용주의가 이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실용주의가 60% 정도의 성리학적 토대와 40% 정도의 현존 실용주의 사상의 철학적 바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재정립이 된다면 이상적인 변화라고 본다. 철학적 사고를 미리 정해 놓은 틀 속에서 전개하는 것은 아니다. 편의상 그렇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지금은 철학이 빈곤한 때이다. 현대의 철학은 빠른 과학의 발달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적 변화를 실질적으로 가져오게 하는 데는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의 책임이 있다. 불행하게도 미국의 정치인들은 대부분 이러한 철학적 사고와 먼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테러사건을 21세기 전쟁의 시작이라 하였는데 거기에 21세기의 철학의 재정립을 위한 투쟁도 포함되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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