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 김/부동산업
한국은 사회적인 긴장이 많은 반면, 미국은 가족간의 긴장이 많은 사회인 것 같다. 말하자면, 한국에 살 때에는 정치, 사회적 격동이나 사건들이 드러매틱하게 날마다 전개되어 하루라도 신문이나 뉴스를 보지 않으면 불안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변두리 인생을 사는 탓인지 몰라도 별반 사회적 긴장을 느끼지 않는데 비해, 가족간의 긴장이나 갈등이 한국에서 살 때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미국은 여자 천국, 아이들 왕국, 남자 지옥이라는 우스개 말이 있듯이 여자에게는 기회도 많고 우대를 받는 열린 사회이고, 자식들에게는 가정의 구속이 약한 자유사회인 때문인지 가장의 통솔력이나 발언권이 상당히 약화되고 제한적이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소환장이 왔다. 바지가 길다고 경고장을 받은 적이 있고, 학교 부근에서 모자를 쓰고 있다가 적발되어 정학을 받은 적이 있어 그 울화가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간단한 수인사 후 담임선생은 나직이 그러나 또렷하게 일러준다.
존이 수업시간에 떠들고 산만합니다. 수업태도가 나쁩니다.
아이를 타이르기도 하고 꾸지람도 하였지만 별 소용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나는 답답하여 되물었다. 담임선생도 글쎄요, 글쎄요……를 되뇌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나는 동서양의 속담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의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 동양의 귀한 자식 매로 키워라를 되뇌며 매를 들었다.
미국에 이민 온 목적 중 하나가 자식 교육인데, 그 꿈이 거품이 된다는 허망함과 이민 초기의 고달픈 생활이 오버랩 되면서 나는 자제력을 잃었다.
당장 보따리를 싸서 돌아가고 싶었다. 왜 여기에 와서 낯선 문화와 인종 사이에서 힘겹게 살아야 하는지…… 한심스럽고 후회스러웠다.
그로부터 얼마 후 어느 날 저녁 아들이 점잖게 말을 건넸다.
아버지, 오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집에서 부모한테 매맞는 학생이 있으면 손을 들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 애의 다음 말에 따라, 경찰서에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친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때 내 겨드랑이가 왜 그렇게 근질근질 하던지 모르겠어요.
이 녀석, 뭐라고? 이제 아버지한테 공갈 협박하는 거야.
고함을 지르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린아이가 부모 따라 타의로 이국에 와서 전혀 다른 문화와 관습, 언어소통이 어려운 학교생활, 이민가족 세대간의 갈등 사이에서 어른 못지 않은 중압감과 긴장을 받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여유 있는 유머로 긴장을 극복하는 한 1.5세 아들의 이민생활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나 스스로 자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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