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샌프란시스코
나이가 들면서, 사회생활을 경험할 때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될 때가 되면서, 인간에게는 고통이 따르는 것 같다. 자신이 바르고 정직하고 잘 났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에는 이유 없이 무조건 다른 사람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말도 아니 되는 경우로 자신이 무너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열아홉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여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의 가슴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에서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스님이 말하기를 그건 어렵지 않아요. 나쁜 일을 하지말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됩니다.
그러자 맹사성은 그런 것은 어린애도 다 아는 이치 아닙니까? 먼길을 온 내게 고작 그것밖에 할 말이 없답니까?라고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무명선사가 차나 한 잔 하라고 붙잡자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선사가 물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이 흥건해졌습니다. 그만 따르시지요. 맹사성이 소리쳤지만 선사는 태연하게 계속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화가 잔뜩 난 맹사성을 보고 말했다. 찻잔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면서 지식이 지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왜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그는 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그만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선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고개를 숙여서 그 상황을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지식이 풍부하다고 하여 자신의 인격이 바르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더 숙이는 법이다. 많은 것을 알고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자만하기보다 고개를 숙일 때 정말 존경을 받을 수 있고 부딪힘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오늘도 자신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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