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팜스프링스로 가는 프리웨이에서 멀지 않은 산간지역에 아이들와일드라고 하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인구 2,500명이 약간 넘는 이 마을은 해발고도 8,516피트의 고산 샌하신토 바로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고 빽빽이 우거진 노송들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별장과 같은 집들이며 꼬불꼬불 이어져간 포장도로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 같다. 겨울에 눈이나 소복이 내리는 날이면 LA 지역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간마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빅베어가 남가주 사람들의 겨울 휴양지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와일드가 오히려 지리적으로 더 가깝고 올라가는 길도 가파르지 않아서 하루 여정으로 올라가서 눈 구경하고 돌아오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 마을에는 뛰어난 자연환경을 잘 이용해서 만든 피크닉 장소며 하이킹 트레일 등이 유명하지만 특히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록클라임(암벽 타기)이다. 다른 데서 찾아보기 힘든 엄청나게 큰 화강암 바위 하나가 이 마을에 있기 때문이다. 높이가 300미터가 넘는 바위산이다.
릴리록이라고 흔히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타키츠 록(Tahquitch 또는 Tahquitz Rock)이다. 남가주에 알려진 바위들 중에서 크기로는 제일이라고 하는데 이 바위에 얽힌 설화가 재미있다. 설화인즉 옛날에 이 지역에 카힐라라는 인디언들이 살고 있던 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키츠는 그 당시에 인디언들을 다스리는 추장이었다. 키도 훤칠하게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대머리는 벗겨졌지만 머리가 영리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선정을 베풀어서 정치를 잘 하다가 말년에 가서 독재정치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워낙 포악한 성품인데다 힘이 장사라서 감히 어느 누가 그에게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이 마을에 아름답게 생긴 처녀들이 하나씩 둘씩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게 아닌가. 사실인즉 추장 타키츠가 처녀들을 훔쳐 가고 있음이 사람들한테 알려졌다. 당연히 온 마을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다. 타키츠를 잡아다가 화형에 처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불 속에 던져진 타키츠가 사람 형상이 없어지면서 불기둥이 되더니 서서히 동쪽에 있는 샌하신토 산쪽으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이래서 사람들은 타키츠가 사람의 탈을 쓴 악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악마로 되돌아간 타키츠는 깊은 산 속에 지하동굴을 파고 사람들을 피해 살면서 자기가 사는 동굴의 위치를 가름하는 표적으로 큰 바위 하나를 자기 동굴 가까이 갖다 놓았다. 이 바위가 바로 타키츠 록이다.
LA에서 가려면 프리웨이 10을 타고 동쪽 방향으로 가다가 팜스프링스 거의 다가서 하이웨이 243을 만나면 우회전을 한다. 약 50마일을 더 가면 아이들와일드 시가 나온다.
강태화
<토요산악회장·909-62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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