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인/법정통역사
’컨수머 리포트’지와 일본의 자동차, 오토바이 제작회사간에 소송 사건에서 스즈키사는 잡지사에서 스즈키의 지프를 미국 땅에 발 디디지 못하게 고의로 시험 과정을 조작하여 마치 ‘사무라이’라는 스즈키의 차량이 위험한 것처럼 알림으로써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잡지사 측 변호사와 몇몇 언론사가 이 소송을 재판까지 이르지 않게 하려 했으나 항소법원이 재고를 거절함으로써 배심원 재판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나는 군복무 4년 동안 훈련소에 근무한 탓으로 장교로서 지프를 타고 다닐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한 두 번 타보고 또 주차된 것을 보아 지금도 그 모양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국방색 지프는 헝겊으로 씌운 아주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은 포탄이나 지뢰로 전복되는 지프였다. 가볍고 뒤집히기 쉬운 차량이었다.
한국전쟁이 일본을 부강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있지만 스즈키도 지프를 미군에게 군납한 회사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나에게는 맘껏 타보지 못한 국방색 지프에 대한 하나의 동경 같은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
미국에 다니는 차 중에 스즈키 ‘사무라이’가 가장 그것에 가깝다. ‘컨수머 리포트’의 보도 후에 나온 소위 보다 안전한 변형들은 모양부터가 이미 나의 향수의 대상이 아니다. 프랑크 시나트라와 토니 커티스가 나탈리 우드와 함께 찍은 어느 전쟁 영화에서 파리와 어느 근교 사이의 경치 좋은 길을 시나트라가 몰고 가던 지프는 분명히 스즈키 ‘사무라이’와 비슷했다.
소비자로서 나는 ‘컨수머 리포트’의 그러한 보도가 유감스럽다. 과연 정말 문제의 차가 다른 차들보다 더 전복의 위험성이 유난히 컸던가는 소송에서 가려지겠지만 말이다. 한국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망치고 있는 것은 매일같이 수가 늘고 있는 자동차와 여기저기 생기고 있는 골프장이다.
미국의 아름다운 국토를 훼손하는 것은 기름을 꿀꺽꿀꺽 들이키는 ‘허머’와 같은 차량이다. 지구의 온실 현상으로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그 원인인 탄산가스를 가장 많이 대기 중에 뿜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지금이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각성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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