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면서 장애 사역자로서 몇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
첫째, 장애인을 둔 부모로서의 바람이다. 새해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아들이 툴툴 털고 일어나고 말 못하는 아이들은 말문이 터지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자폐증 아이들은 자아의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으면 좋겠다.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가 “보인다!”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고 그 소리가 우리 집 아이에게서 제일 먼저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몸을 뒤틀어야 손짓을 할 수 있고 목이 비틀려야 소리를 낼 수 있는 뇌성마비 장애아들이 똑바로 서서 눈을 끔벅거리며 미소를 머금은 채 작은 소리로 하는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몇 마디 못 알아듣는다고 답답해하는 우리가 자신들의 생각과 심정을 전달치 못해 가슴 치는 그들만큼 답답하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를 보듬는 시냇물소리처럼 잔잔한 미소가 숯처럼 검게 탄 우리의 심장을 씻어낸다.
둘째, 장애인들 입장에서 갖는 바람이다. 장애인들은 혼자 있는 게 지겨워 바깥세상 구경하고 싶었던 시절을 오히려 그리워한다. 사람들로부터 격리되고 소외된 듯 살아온 날이 서러워 밖으로 나오면 세상은 뜨거운 여름임에도 혹한의 겨울처럼 살을 에는 듯 매서운 바람만 분다는 걸 알게 된다.
새해에는 장애인들에게 봄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 봄바람에 실려 오는 사랑의 노래. 얼음물 녹아 흐르는 개울의 기지개 트는 소리. 장애인 마을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장애를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소박한 소원일진대 장애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마치 큰 인심을 쓰는 듯한 사람들의 오만한 얼굴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들도 언젠가는 장애를 경험할 텐데.
하지만 장애인들이여. 비록 몸을 비틀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소리를 지른다 할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 없는 삶이란 것을 몸으로 외치는 그대들의 또 한해의 삶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셋째, 장애 사역자로서의 바람이다. 장애인들이 불쌍하다고 “쯧쯧”하는 소리가 그쳤으면 한다. 장애인들을 도와준다고 과잉친절을 베푸는 것도, 장애인들을 돕는다고 크게 떠벌리는 것도, 장애단체에 기부한다고 신문에 사진을 내자고 하는 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무엇을 해냈다고 신문에 나는 일도 없는 그저 장애인들이나 일반인들이나 편견도 없고 특별 대접도 없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명절이나 절기가 되면 한번쯤 생각하는 소외된 이웃으로서의 장애인이 아니라 늘 옆에 함께 있는 친구로 대해졌으면 좋겠다. 한번쯤 좋은 일 하려고 장애단체에 기부하는 헌금이 아니라 일년 내내 기도가 담긴 참사랑의 헌금이 되었으면 한다.
“저 사람은 왜 저런 장애인이 되었어?”하고 묻는 아이에게 천연덕스럽게 “너도 말 안 들으면 저렇게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몰상식함. 장애인으로서 큰 업적을 남긴 분에게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가선 “얘야 너는 더 잘할 수 있어. 너는 저 사람처럼 손이 없니, 눈이 없니. 그런데 넌 왜 노력을 하지 않니?”하고 말하는 무례함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김홍덕/목사·조이 장애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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