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이다. 새해라는 생각 때문인가, 모든 것이 새롭고 밝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새해라고 하는 것은 해와 달이 바뀌고, 날짜가 바뀌는 것에 우리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숫자를 매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가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인위적인 숫자놀음만은 아닌 것 같다.
달력은 나름대로 자연의 변화와 흐름을 관찰하여 그 법칙에 따라 만든 것이다. 해가 뜨고 달이 뜨는데 따라서 우리 생활과 기분도 달라지고 동·식물의 성장발육도 영향을 받는다. 해와 달의 주기를 관찰하여 나온 양력과 음력의 숫자는 그만큼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기운을 느끼고 새로운 기분으로 일을 도모하는 것은 변화하는 자연의 기운과 우리들이 숫자를 통해 의미부여한 인간들의 인위적인 생각이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기운과 생각에 영향을 받은 탓일까, 사람들은 으레 새해가 되면 새로운 희망과 새 소망을 말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꼴이 새해라고 뭐 뾰족한 수가 없을 거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해마다 작심삼일이 되기 뻔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이골이 났다고 한다. 간혹 제법 인생에 달관이라도 한 듯, 뜬구름과 같고 나그네길과 같은 인생에 세월의 오고감이 무슨 실체와 의미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본래 완전하여 진리 그 자체인 부처님의 나라나 하느님의 나라는 절대의 세계이니 상대적인 오고감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선악과 시비, 선후와 좌우의 분별과 대립으로 얽혀 돌아가는 상대적 세계인 사바세계의 중생들인 우리 인간들에게는 오고감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절망과 한탄 속에서도 해가 바뀌면 늘 되풀이되는 줄 알면서도 매번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발원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라도 매년 작심삼일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사실은 우리의 희망의 싹은 완전히 죽지 않고 되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면 정말 희망은 있는가? 아니다. 소망을 말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심하여 뿌린 씨에 삼일만에 물 주기를 끝내서는 평생 한번도 제대로 싹을 틔우고 꽃 피워 열매 맺을 수 없다.
처음 마음을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한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마음을 낼 때 곧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는 것은 매순간 처음 마음을 내는 그 초발심을 잃지 않을 때 궁극의 목표인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는 뜻이다. 매순간 초발심을 잃지 않을 때 그 초발심은 항상심이 되며, 늘 그러한 평상심이 된다.
그러므로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는 말은 그렇게 늘 초발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자기 완성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곳, 희망은 바로 거기에 있다.
김재범/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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