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인도 북부에 위치한 티벳의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새해 가르침인 ‘로사 티이칭’을 들은 적이 있다. 언제나 새해 음력으로 정월 보름 경에 달라이 라마 존자님이 직접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흘이나 일주일 정도 경전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다람살라는 유럽인 등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난다.
가르침 마지막 날 회향식을 하고 나서 그날 따라 이상하게 외국인은 이층 법당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통제가 발표되었다. 전 날 이층에서 어떤 스님을 만나 노스님들게 치즈 공양을 하기로 약속한 터라 통제 속을 무릅쓰고 겨우 이층에 올라가게 되었다. 약속했던 스님은 올라오지 못하고 할 수 없이 티벳 스님들 사이에 끼어 앉아 티벳인 들만을 위한 의식을 구경
하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은 외국인이거나 타종교인이거나 승려거나 재가 신자거나 항상 차별 없이 가르침을 주시는 분인데 무슨 일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층 법당에서는 티벳 전통의식이 집전 되었고 얼마 후 두 줄로 선 사람들이 일일이 존자님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면서 자신들이 준비해온 선물을 존자님께 드리고 있었다. 그 후 존자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나는 이미 여러분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무사하게 돌아가서 ‘그들’이 시키는대로 하시오. 나의 사진을 밟고 넘어가라면 넘어가고, 찢으라면 찢으시오. 그대들이 살아 남아야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소.이층 법당에서는 티벳 본토에서 목숨을 걸고 존자님을 친견하러 온 100인 정도의 티벳인들이 존자님과 이별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들’은 중국 점령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티벳인들의 불교와 존자님에 대한 신심은 대단해서 목숨을 걸고 기꺼이 국경을 넘어오고 넘어가는 것이다. 망명하지 못한 대부분의 티벳인들은 몰래 존자님의 사진을 숨겨놓고 해방될 날을 염원하고 있는데, 때로는 발각되어 갖은 고초를 다 겪고 그들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존자님의 사진을 발로 넘어가라고도 하고 찢게도 시킨다는 것이다.
티벳인 들은 시대적인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정신적 지주인 존자님을 뵙기 위해 평생 기도하고 노력하며 생명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은 그러한 신심 있는 본토의 티벳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들은 이층 법당에 올라가는 것이 특별히 금지된 날이었다.
외국인들이 마구 사진을 찍어서 중국정부에 그들의 신원이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 날 존자님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일부 티벳인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을 다람살라의 고아원(T.C.V.)에 맡기고 갔다. 존자님이 티벳인으로 당당하게 키워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한 버스가 마련되었고 도시락과 물이 준비되고 그들은 총총히 다람살라를 떠났다.
티벳인들이 조국을 잃게 됨으로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티벳 불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고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육성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어느 스님이 존자님께 물었다. 티벳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고. 존자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인과(因果)라고.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에 중국을 침입하고 괴롭힌 인과였다고.
운월 스님(백운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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