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유난하게 크게 울린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울 먹이는 젊은 여인의 음성이 들린다. 남편이 간밤에 코피가 터질 정도로 무섭게 때려놓고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사회에 가정 폭력 문제가 자주 대두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현상중의 하나다. 사실상 동물세계를 관찰해 볼 때 수컷과 암컷의 다정한 모습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된다. 몇 년 전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여성전용 셸터(보호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곳에는 영어권내의 보호소여서인지 한국 여인은 단 한 사람뿐이었고 대부분 백인, 흑인, 아랍인, 멕시코 여인들이 보호받고 있었다.
그러나 상담소 창구를 두드리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OC 가정 상담소(구 OC 가정 법률 상담소)의 경우 작년 1년 한해 동안만 해도 244명(남57명, 여187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렇게 나타난 통계수치는 사실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는 남녀 평등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유교전통 사회에서 가정 교육, 학교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피해여성의 대부분은 아직도 가문과 자식들과 자신의 체면유지와 경제력문제, 스스로 비참하지 않다는 자기최면에 빠져서 안 그런 척 하며 내면의 아픔을 아무에게도 보여 주려 하지 않는다.
물론 남성전체가 여성을 학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해자는 대부분 배우자나 약혼자, 애인, 전남편이나 친척 그밖에 아는 사람들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 성적, 언어적 폭력을 당하거나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사회의 통계에 의하면 매9초마다 한 여성이 폭행을 당하고 있고 또 그의 자녀 중 70%이상이 아버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에는 80%이상이 가정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된다고 한다.
또 수감된 죄수의 98%가 가정폭력의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청소년 살인범 혹은 살인 미수 케이스 중 60%는 어머니를 폭행하는 사람으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저질러진 범법 행위라고 한다.
문제는 피해여성들이 무조건적인 인내나 용서로 해결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가정 폭력은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악화되고 빈번해져서 당사자들간의 파괴는 물론 자녀들의 미래까지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나 한 가정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1990년 초반만 해도 가정 폭행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에 소극적이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형사처벌은 없다시피 했었지만 O J 심슨 사건 이후인 1995년부터는
중범으로 처벌되고 있다. 한편 배우자가 중형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운 관념 때문에 가정폭행을 묵인하고 고초만 당하며 숨어 있는 피해자가 아직도 많이 있다. 배우자 폭행은 일정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행동장애, 인격장애 및 정신적 장애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미리 부부가 함께 예방과 치유차원에서 전문 상담가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시 남자나 여자나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는 911이나 경찰에 즉시 연락하고 관계기관을 소개받아 보호받을 준비를 해야된다. 이미 병원, 경찰, 사회 봉사기관, 상담소 및 보호소에서는 협력체제를 이루고 있지만 가정 폭력 예방은 심층적인 면에서 가정과 사회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 모두가 풀어 나가야 될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선영/ OC 가정 상담소 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