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수필가
어느덧 2004년 문턱을 넘어선지도 한참이다. 많은 사람들은 또 한 해를 넘기면서 지난해에 약속했던 수많은 약속들을 지키지 못한 채 다시 새해를 맞이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서 ‘올 겨울을 잘 넘길 수 있을까...’하는 염려와 근심이 가득 찬 말이 한숨과 함께 쏟아지고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요즘 불경기로 인하여 모두 어려워진 비즈니스나 불안정한 직장 때문에 야단들이다. 이 거대한 아메리카대륙에서도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이 걱정 저 걱정 난리들인데 더욱이 나의 살던 고향이 아주 작은 내 나라에서는 오죽하랴. 아무리 경기가 침체되고 비즈니스가 어렵다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심만은 변함 없이 정을 나누며 큰 약속, 작은 약속 서로 지켜가며 살아간다면 그래도 조금은 힘이 덜 들고 가슴이 이토록 시리지는 않을텐데..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사는 이곳에서도 근심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고 있는데 내 사랑하는 내 조국, 내 고향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마음이 아파 온다. 우리나라가 언제쯤이나 안정이 되어 안심하고 살아갈 수가 있을까. 언제쯤이나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장관은 장관답게,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게, 검찰은 검찰답게, 경찰은 경찰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판사는 판사답게, 변호사는 변호사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처음 약속은 다 뭉개버리다 보니 자기 위치가 무엇인지 조차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부모형제나 사제지간이나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부모형제나 사제지간이나 우정으로 맺어진 친구일지라도 자기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세상이 되었고, 죽자 살자하며 사랑하던 부부나 연인들까지도 자기 자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헌신짝이 되기도 전에 신기 싫어서 버리는 신짝처럼 그렇게 쉽게 버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모든 무질서한 생활들은 개들도 먹지 않는 더러운 ‘돈’이라는 놈 때문에 나타난다. 하나님은 돈을 탐함은 만악의 뿌리가 되지만 선하게 쓰면 정금보다 더 빛이 나고 값진 것이라 하셨다. 또 성경말씀 야고보서 1:15절에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고도 돼 있다.
하나님은 약속을 잘 지키는 의인의 길은 사랑하되 약속을 어기는 악인의 길은 미워해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서로 약속을 지키며 서로 존중하며 멋스러운 삶을 살아야 되지 않을까. 계절마다 조물주와의 약속대로 제 색깔, 제 모양, 하나도 변함 없이 질서 있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매일 매만지며 깊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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