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이 되기 몇 달 전부터 아카데미상 후보작품보다 더 큰 화제 거리가 된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Christ)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영화계와 종교계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흥분과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자기 돈 3,000여만 달러를 들여 제작하고 감독을 한 멜 깁슨은 이로 인하여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ABC의 다이앤 소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설득력 있게 자신과 영화를 변호하였으나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비난의 핵심은 이 영화가 반 유대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에 있다. 2,000여년 간 내려온 서방세계에서의 유대인 차별과 학대는 히틀러의 대학살로 절정을 이룬 이후 중동의 아랍인들을 제외하고는 반 유대 정서가 많이 살아진 지금이고 그런 감정의 어떠한 표출은 어디서나 금기로 되어있다.
이런 때에 반 유대적 영화가 나왔다면 비난과 거부의 대상이 될 것은 뻔하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12시간을 성경에 나온 그대로 묘사했다는 문제의 장면은 성경의 네 곳에 거의 똑같이 적혀있는 부분으로 이것은 누가 읽어도 죄 없는 예수를 그의 동족인 유대인 무리들이 극형으로 몰고 간 것이 명백하다.
로마인 통치자 빌라도는 예수의 무죄를 내세우고 석방을 시도하지만 유대교 제사장에 의해 선동된 군중의 밀어 부치기에 져서 처형을 선고하고는 자신은 예수의 죽음에 책임이 없음을 선언하기까지 한다.
이북에서의 인민재판 같은 이 상황의 역사적 정확성을 의심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기는 하나 여하튼 이것이 유대인의 예수 죽음 책임론의 근원이고 이로 인해 유대인에게 역사적으로 엄청난 후환이 따르게 된 성경의 이 부분은 가장 뜨거운 감자일수 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영화는 거침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서 이에 민감한 사람들은 경악을 하고 이런 금기의 일을 한 깁슨을 반유대 선동자로 몰아 부치게까지 이른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비난을 하는 이들은 성경에 그렇게 적혀있는 사실이 싫은 것이지 그것을 읽는 자 믿는 자 영화로 재현하는 자에게 시비를 걸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누구도 성경만은 비방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경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성경의 보호망이 미치지 못하고 따라서 얼마든지 심판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으로 깁슨도 비난을 피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신앙과 영화를 만든 그의 참뜻을 이해하는 대다수의 사람에게서 위안을 받아야할 것이다.
예수를 누가 죽였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신과 나를 포함한 죄 짓기를 끊지 못하는 우리 모두가 한 것”이라고 답한다. 이 영화에 관한 또 하나의 지적은 예수가 받는 수난이 너무도 잔혹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예수가 받은 고초가 얼마나 혹독했고 십자가에서 죽어 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아야 그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희생의 크기를 알게된다는 신념에서 되도록 잔혹하게 만들었다고 털어 놓는다.
이렇듯 남들이 두려워하고 주저할 것을 과감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한 그의 용기는 영화의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는 의심할 수 없고 오로지 그의 강한 신앙의 산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예수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용서와 구원이 많은 사람의 가슴에 통절하게 와 닿기를 원하고 있고 그의 그런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김용제/안과 전문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