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을 위하는 모레노에 집중
팬들을 위해 입장권은 물론 야구장 그 모든 것의 가격을 팍팍 깎아 내리면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데는 돈을 펑펑 쓰는 ‘꿈의 구단주’를 본 적이 있는가.
애나하임 에인절스가 요즘 그렇다. 구단주부터 ‘천사’다. 지난해 5월 월트디즈니로부터 에인절스를 1억8,300만달러에 매입, 미 프로스포츠 사상 첫 히스패닉 구단주가 된 아투로 ‘아티’ 모레노(57)는 구단주가 된지 불과 9개월만에 고객이 왕인줄 아는 ‘진짜 베이스볼맨’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팀이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아무렴 비즈니스 센스 없는 사람이 빌보드 광고 사업에서 무려 83억달러를 벌었을까.
11형제의 맏아들인 4세 멕시칸-아메리칸 모레노는 에인절스 구단주가 된 뒤 12세 미만으로 제한 됐던 5달러짜리 입장권을 18세 미만으로 바꿨다. 주중에는 10달러짜리 티켓을 반값에 팔며 화요일에는 3달러짜리 티켓도 판다. 모레노는 이에 대해 관중의 90%가 어린이들이면 가장 기쁠 것이라고 말한다.
가격 인하는 티켓오피스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기념품에 핫도그, 음료수 가격도 다 내렸다. 에인절스 로고가 그려져 있는 야구공은 가격이 10달러에서 5달러로 내린 첫날 매진됐고, 보통 15∼20달러에 이르는 에인절스 모자도 7달러로 가격을 내리자 6만개가 팔렸다. 모레노는 지난 시즌 형편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 한 남성이 아들 4명의 손을 잡고 지나가다가 자신을 알아보고는 28달러에 아들 넷에게 에인절스 모자를 하나씩 다 씌워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을 때 무척 흐뭇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에인절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던 2002년 시즌보다 관중이 75만명이나 늘었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매점 세일즈는 250만달러, 기프트샵 세일즈는 125만달러나 올라갔다.
모레노는 에인절스의 홈구장도 예전처럼 에디슨 인터내셔널필드라고 부르는 것보다 ‘에인절스테디엄’으로 불러야 어린이들에게 더욱 친근감이 간다며 매년 300만달러짜리 스폰스계약 연장도 거부했다.
모레노는 천재적인 사업가 일뿐 아니라 필드에서도 디비전 우승 0순위의 팀을 만들어냈다. 자유계약시장에 뛰어들어 1억4,700만달러를 뿌리며 거물급 ‘히스패닉’ 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 다른 구단주들의 시기 대상이 됐다. 그래서 모레노는 지난 달 애리조나주에서 열렸던 구단주 미팅에서 거의 ‘왕따’ 취급을 받았지만 바톨로 콜론(4년간 5,100만달러), 켈빔 에스코바(3년간 1,875만달러), 호세 기옌(2년간 600만달러), 블라드미어 게레로(5년간 7,000만달러) 등을 영입한 것에 대해 사과할 마음은 없다. 나는 우리 팬들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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