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명 여배우인 이승연이 종군위안부를 주제로 누드사진을 찍어 파문이 일었었다. 독도 문제와 친일청산법으로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던 차에 이승연과 그 기획사는 마치 불에 기름을 부어 넣고 돈을 벌겠다고 했으니 처음부터 그들은 사업감각이 없었던 사람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이승연보다 나를 더 씁쓸하게 만든 것은 대중들의 반응이다. 언제부터 종군 위안부 문제에 그리도 관심이 많았는지 한 예쁜 여배우를 생매장 시켜야 속이 풀리는 듯 여론의 융단폭격을 함으로써 은퇴라는 단어가 신문 연예면에 등장하게 만들었다. 이승연에게 돌을 던진 대중들은 혹시 이승연 이전의 여배우 누드를 열심히 보며 그들에게 돈을 벌게 해준 바로 그 대중들이 아니었는지.
매춘한 여인을 향해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며 이미 2000년 전에 매춘이 아니라 매매춘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예수의 가르침이 오늘 다시금 생각난다. 한국의 누드 열풍의 원인은 무엇인지, 민족사적 아픔은 대중 문화의 소재가 될 수 없는지 차분히 토론을 하기보다는 일단 돌팔매질을 해 놓고 보자는 대중의 반응 앞에서 섬뜩한 광기를 발견한다.
갓 부임한 대형교회 목사가 일요일에 마라톤을 뛰겠다고 해서 한인 교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를 실천하겠다는 그 취지를 누구도 비난 할 수 없다. 그러나 조용히 교회내의 행사로 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자랑했다는 것은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르침에도 위배될 뿐더러 마라톤 날 교인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노심초사해 온 기존 교회들에게 도전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 교회를 향한 기존 교회들의 비판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 주일을 안 지키겠다는 것도 아니고 의미 있는 이벤트를 통해 주일의 의미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도인데 내 목회와 다른 방식의 목회쯤으로 인정해주는 아량이 왜 우리들에게는 없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혹자는 아량의 문제가 아니라 주일성수라는 본질의 문제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주일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키느냐 방법적인 문제이다. 이럴 때일수록 여론몰이보다는 차분하게 세미나나 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교민교계의 많은 분열들이 논리적인 대화와 설득, 타협의 부족에서 생겨난다. 자신이 한걸음 물러 설 수 있다는 생각은 외면한 채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흑백논리 앞에서 오늘도 교회는 여전히 깨어져 나가고 있다. 이번 기회에 마라톤 교회를 향해 돌을 던지기에 앞서 우리들의 주일 지키기는 과연 거룩했는지 돌어볼 필요도 있다. 사람뿐 아니라 농토까지도 쉬게 하라는 안식일의 본래 의미를 외면 한 채 주일 성수와 물질축복을 연결시켜 자신만 쉬고 물질은 쉬지 못하도록 설교해 오지는 않았는지 우리 모두 깊은 반성을 해야 할 때이다.
김기대/평화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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