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목사는 성서적이고 복음적인 판단을 내려 신자들의 혼동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목사의 책무이다. 최근 한인 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목사와 신도들의 주일 LA 마라톤 참가가 합당한가에 대하여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전도는 주님이 교회에 명하신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예배를 우선할 수는 없다. 하나님 앞에서의 예배 없이는 효과적인 전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예배는 가장 중요한 것이요, 가장 긴급한 것이며, 가장 영광스러운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마 6:33)고 하신 예수의 교훈을 염두에 두면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쉬울 것이다.
둘째, 교회가 세상을 섬기고 돕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섬김과 나눔의 방법은 대회 참가를 통하지 않고도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모르긴 하지만 그 교회라면 그만한 모금 목표액은 교회의 경상재정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게 어려우면 예배시간에 구제헌금을 별도로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 해도 방법이 합당치 않으면 곤란한 것이다.
셋째, 마라톤 요일 변경 요청이 설득력이 없고 패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자는 대안 제시는 그동안 요일 변경을 위해 노력해 온 그 교회의 전임 목사와 교계지도자들을 허탈하게 만들 것 같다. 그들의 요일 변경의 선한 뜻과 노력을 진지하게 이해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선은 거기에 협력하는 에큐메니컬 한 자세가 대회에 참가하는 일 보다 더 요긴하다고 본다.
니버는 ‘그리스도와 문화’라는 저서를 통하여 크리스천이 세상 문화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를 밝혔다. 크리스천의 문화관은 문화에 대립하는 그리스도, 문화와의 조화를 도모하는 문화의 그리스도, 문화와 그리스도 둘 다 긍정하여 그 둘을 종합하려는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 그리스도와 문화가 이분법적 역설관계에 있는 그리스도와 문화, 그리고 문화의 개변자로서의 그리스도 등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 니버는 어거스틴과 칼빈이 주장한 마지막 문화관에 동조한다. 크리스천은 복음을 가지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속적인 문화를 하나님의 뜻에 맞게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대회 당일엔 선수와 봉사자들을 위해 예배를 일곱 번으로 늘렸기 때문에 주일 성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라는 견해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기 교회 신도들의 예배 참석을 편리하게 하고자하는 조치일 뿐이라는 오해를 살 것 같다.
반면에 타 교회의 신도들이 자신들의 교회 예배 참석에 얼마나 고충을 겪을 것인가에 대하여 아픔을 느끼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우리 교회는 그 날 단 한 사람도 교회당에 갈 수 없는 실정이다. 공교롭게도 신도들 모두가 5가로부터 북쪽 편에 거주하고 반면에 교회당은 베니스 불러버드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회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아무래도 예수의 정신과 멀지 않을까. 대회의 주일 개최를 반대하는 이들은 모든 교회와 크리스천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러리라고 보여진다.
영 김/레인보우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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