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5일, 한국은 총선을 통해 새로운 지도자들을 선출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은 국내 역량을 미래지향적으로 집결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 올해는 120년 전에 새로운 문물과 정신에 눈을 뜬 선각자들이 낡은 세도 정치의 질곡을 부수기 위해 거사했던 갑신정변의 해이기에, 정부와 언론들은 국민 전체를 보듬는 포용의 정치, 이념과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화합과 통합의 정치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현실은 개혁대 반개혁, 친미대 반미 등 이분법적인 사고 그리고 ‘코드 정치’와 ‘패거리 정치’를 통해 온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화합과 통합은커녕,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사회가 온통 갈기갈기 찢긴 채 분열상을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한국사회는 깊이 병들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지도자에 대한 검증결핍증’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해 본다. 한 국가나 기업 또는 단체의 지도자를 선출할 때에는 철저한 검증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도자의 잘못된 경영으로 인해 그 국가나 기업 또는 단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좌충우돌’ ‘우왕좌왕’을 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한 예로, 시스템 공학에는 마지막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써 검증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시스템을 계발하는 팀이 고객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켰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말한다.
어떤 고객이 자동차 내에 두 개의 커피 컵 홀더를 주문했을 때, 그 자동차를 디자인 한 엔지니어가 커피 컵 홀더를 대시보드 위 중앙에 설치한 후 자신의 고객에게, ‘손님께서 2개의 커피 컵 홀더를 주문하셨기에 운전 중에 쉽게 컵을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커피 컵 홀더를 대시보드 중앙에 설치했습니다’라고 설명을 한다면 그 고객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분명히, 그 고객은 ‘이봐요, 내가 두 개의 커피 컵 홀더를 주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만일 자동차를 급정거 할 경우, 대시보드 위에 놓인 뜨거운 커피가 운전자나 승객 몸 위로 그냥 쏟아질텐데, 도대체 당신은 디자인 엔지니어로서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생각해 보셨어요? 나는 이렇게 위험하게 디자인된 자동차를 위해 돈을 지불할 수가 없어요’라며 강력히 거부할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는 분명히 검증에서 실패한 케이스이다. 만일 그가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디자인 엔지니어라면, 그는 두 개의 커피 컵 홀더를 운전자와 승객 의자 중간인 콘솔상에 설치했을 것이다. 그러면, 급정거 시에도 뜨거운 커피는 결코 운전자와 승객을 덮치지 않게 된다.
국가의 지도자들을 선 할 때에도 이와 같이 철저한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격이 없는 지도자들의 위험한 경영으로 인해 그 국가는 정체성과 방향을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또한, 검증이 되지 않은 지도자들이 국가를 경영하면, 충분한 검증을 거친 사람들 마저 지도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되기에,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지도자들을 뽑을 때에는 정확한 기준과 원칙을 세운 후에, 각 후보들의 자격을 공정히 평가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에,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는 지도자들을 선출할 수 있을 것이며, 결국 선출된 지도자들이 국내 역량을 미래지향적으로 집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손국락 라번대 겸임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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