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의회와 LA 시의회가 1월 13일을 한국의 날로 제정했다. 100년 전 하와이에 처음 한인이 도착한 그 날을 미주 한인의 날로 미정부가 공인한 것이다. 이는 다민족 사회인 미국 속에서 코리언 아메리컨이 이름표를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날 제정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루실 로이벌 알라드 연방 하원의원은 연방 하원에도 매년 1월 13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지정하는 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미주 내의 한인사회가 착착 터를 잡아가는 것은 미국 속의 한인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만만찮은 힘을 축적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시집온 며느리가 시집의 가풍에 웬만큼 익숙해져 사랑과 귀염을 받고 있는데 친정 집 식구들이 시집의 욕을 한다거나 흉을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며느리의 입장이 참 난감할 것이다. 그와 비슷한 심정을 미국에 사는 많은 동포들이 느끼고 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 대학생 59%와 식자층 58%가 미국을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뽑았다고 한다. 북한보다도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한국전쟁에 파병된 4만4,000명의 미군이 영영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한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미국의 역할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지금도 미국은 한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무역 등 모든 면에서 필수 불가결한 우방이다. 미국과 잘 지내야 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주’를 자주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듣기에 좋은 말이다. 나라를 위하는 순수한 열정에서 인줄로 안다. 그러나 지구촌 시대에 완전한 자주를 실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자주란 무엇인가. 국가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국제관계와 각 국의 사정에 따라 자주의 의미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은 자주를 주장하며 반미를 외쳐대고 있다.
‘반미 반미’ 소리치면서도 한인들의 미국 이민 행렬은 줄을 잇는다. 없는 사람들은 방문이나 학생비자로 눌러 앉고 있는 사람들은 투자비자로 영주권을 획득한다. 멕시코나 캐나다 국경을 통한 밀입국을 일삼고 원정출산을 해서라도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따주려고 애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반미가 자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입술로 자주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참아야 할 건 참는 게 진정한 자주다. 묵묵히 실력을 키워야 한다. 자주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날 제정이 기쁘다. 그러나 바다 건너 고국에서 건너오는 반미 소식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정찬열/남부한국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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