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 유일의 대북 민간창구를 맡고 있는 재외동포연합이 이산가족 상봉사업 추진계획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현준기 회장은 방북일정 등에 대해 북한당국과 합의했으며 내달 북한을 직접 방문,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는 가운데 미국은 남북 분단정책 고수를,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고구려사의 중국사화를, 일본은 반북 정책을 추진중이라며 민족이 힘을 모아 이 난국을 극복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장에 동석한 모 인사는 “‘친북’과 ‘친남’을 구분하는 것이 이제는 없어질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보도가 나간 다음날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한다는 평안도 출신 노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70을 넘었다는 이 노인은 통화 내내 격앙된 목소리로 북한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이 노인은 “언제부턴가 최악의 독재체제 진상을 규명하고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이 실종됐다”며 “허울 좋은 ‘민족’이란 단어에 모든 것이 묻혀 버리고 있는 현실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또 “이처럼 선행돼야 할 일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친북 단체의 이산가족 상봉사업만을 보도하는 언론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은 아예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외화벌이가 신통치 못해 다시 미주 한인사회에 관심을 돌리는 것 아니냐”며 냉소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이 단체를 우리가 얼마나 신임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의 주장과 지적은 분단의 아픔과 깊은 불신이 여전히 한인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한인사회에 ‘친북 단체’로 인식돼 온 동포연합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현 회장도 동포연합에 대한 한인사회의 분위기를 알고 있는 듯 이날 회견에서 “동포연합 임원 상당수가 목사님들로 구성돼 있고 우리는 사회주의 조직도 아니며 그럴 생각도 없다”면서 “북에는 친남파가, 남에는 친북파가 조성돼 민족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의 이같은 발언이 순수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젠 무엇인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북한 인권 및 탈북자 문제에 대해 북한당국에 쓴 소리도 하고 미주 한인사회와 북한과의 조건없는 교류증대를 위한 개방을 강력히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동포연합의 운영 역시 한인사회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인사회에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동포연합이 주장하는 민족·통일운동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황 성 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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