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압도적인 표 차로 대통령 탄핵 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공은 이제 헌법 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는 이에 대해 정치적 법적 고려를 하여 결정을 내리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탄핵을 승인할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 한다.
국회가 탄핵 사유로 내세운 것은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열린 우리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중립을 지키지 않았고 측근 비리를 감시하지 못했으며 경제 파탄을 초래하는 등 국정 무능을 보였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선거법을 위반했다 손치더라도 그것이 탄핵 감이 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냐가 의문인데다 측근 비리와 경제 파탄은 탄핵 사유인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음을 입증하기 힘들다.
또 9명의 헌재 위원 중 2/3인 6명이 이에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헌재가 국회의 결정을 그대로 승인하리라 보기 힘들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헌재 결정으로 파면을 면한다 해도 좋아할 일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한국 헌정사상 처음 탄핵 당한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미 위신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지금까지도 힘겹게 국정을 이끌어왔는데 앞으로는 더욱 걱정이다.
지금 한국 국정이 마비된 것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과 타협으로 달래지 못해 일어난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회 의원은 국민이 주권을 위임한 국민의 대표자들이다.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들을 너무 무시, 사태를 악화시켰다. 자신을 지지해 준 세력의 절반을 적으로 돌려 고립을 자초했으며 사과를 조건부로 탄핵을 철회하겠다는 야당의 제안 도 하루 전 자신이 잘못이 없음을 고집,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개혁을 표방한 여당 의원들이 헌법이 보장한 절차에 따라 탄핵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상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 또한 한국 헌법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국회 의원들이 국회 경호대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은 한국의 정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서글픈 사건이다. 여당은 아마도 단상을 점거하고 시간을 끌면 탄핵 안이 자동으로 폐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이번 탄핵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은 사실상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신임 투표가 되어 버렸다. 일부 여론 조사에 따르면 탄핵안 통과 후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것이 총선 결과를 말해준다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예상만큼 선전하지 못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로부터 탄핵 안이 기각되더라도 사실상 통치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안이 통과되더라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부러 탄핵을 유도, 여당 지지율을 높이려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대통령은 너무나 무책임한 사람이다.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경우 그 피해는 대통령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혼란 등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한국이 놓인 위기를 바로 보고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 모두를 적으로 돌린 잘못을 스스로 깨달아 통합과 타협의 길로 나가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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