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일어나는 부모 자식간 갈등중의 한 가지가 타인종을 배우자로 선택하겠다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의 고집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부모는 없다. 결과는 예외 없이 부모의 참패다. 부자연스러운 한국말을 쓰고 한국어 문맹인 자식들은 집에서 김치찌개를 찾고 한국 음식점을 자주 가면서도 파란 눈, 노랑머리 친구들과 어울린다. 늙어 가는 1세들은 이들을 말릴 권리도 자격도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친구들이 같이 어울려서 나쁠 것 없는 사람들이라면 말릴 이유가 없다. 그 좋은 친구들 중에서 일생의 반려자를 찾았다면 축복해주는 일만이 부모에게 남은 것 아니겠는가. 혹시 동족 친구 중에서 배우자를 찾는 행운을 얻은 자식은 축복을 이중으로 받아야겠지만 이민족 사돈이 싫다고 떼쓰는 노인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그 사돈들에게는 우리도 이상한 말을 쓰는 이민족 사돈이다.
젊은이들에게 존경을 강요하는 노인이 되지 말아야겠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는 게 틀림없다. 한국에서 가져온 잣대로 재보면 그렇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그 잣대를 쓰레기장에 버린 지 오래됐다. 우리도 젊었을 때 우리들만의 잣대를 바랬었는데 하물며 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자식들이 그들만의 가치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 사회에 빨리 조금이라도 쉽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 주워야지 그들의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한다. 젊은이들의 부담이 되지 않는 노인은 강요하지 않아도 존경받는다.
한참 된 얘기지만 어느 분이 신문에 쓴 글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친지의 자제분 결혼식에 갔더니 주례 한국인 목사가 영어로 식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뿌리를 잃어 가는 것 아니냐고 분개해 하는 글이었다. 결혼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객들을 위한 게 아니라면 신랑신부가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어로 진행하시는 예식을 정작 신랑신부가 잘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 결혼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행히도 영어로 힘들이지 않고 예식을 주례해 줄 수 있는 목사가 있어 우리 자식들이 미국인 교회에 가지 않고 올릴 수 있음은 축복이다. 불쾌해 하기 전 상황을 넓게 이해하는 노인이 되자.
김세량 / 페어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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